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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Sep 02. 2020

코로나육아. 다시 집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턱밑까지 쫓아온 기분이다.


어제 점심때가 지나
학교와 태권도학원에서 알림 문자가 왔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확진자 접촉자가 발생해
해당 학급은 방역 조치를 하였고,
학생은 선별 검사 후 격리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뒤이어 날아든 문자에는
내일부터 가정학습을 희망하는 학생은 신청을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소식을 접한 순간
‘어쩌면...’이라는 공포로 인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럼에도 업무로 한창 바쁜 시간이라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내가 있는 본래의 자리로

마음을 다시 돌려두느라 애를 썼다.


‘우리 아이도 가정학습을 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잠시 접어 두기로 했다.
무엇이 아이를 위해, 우리 가족과 나를 위해, 그리고 타인들을 위해 최선인지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더 뒤로 미루기로 했다.


갑작스레 휴원 된 태권도 학원 대신
돌봄 교실에서 더 오랜 시간을 머무르다 돌아온 아이에게
잘 지냈냐는 인사에 뒤이어 마스크를 조금 더 올려서 써보라는 잔소리만 끊임없이 해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가정학습 여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코로나 확진이라는 단어만큼이나
다시 집으로 돌아와

담장 속의 생활을 이어나갈지 모른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힘들게 만들었다.


이성적인 사고의 흐름이 끊어진 지 오래였다.
몇 분 사이에 나는 그저 ‘걱정’만 하는 엄마가 되어있었다.


결국 전화기를 들었다.
모르면 물어야지.
연락처 목록에서 ‘담임 선생님’을 찾아
통화버튼을 길~게 눌렀다.


“선생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로 시작된 통화는
“네, 이삭이도 이번 주는 가정학습을 하겠습니다.”로 마무리되었다.


선생님과 통화를 하며..
같은 반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그 아이와 마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바이러스를 받았을 수도
혹은 다른 아이에게 바이러스를 전달했을 수도 있기에
그 친구의 선별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잠잠히 지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사무실에 상황을 설명드리고 양해를 구했다.
주말근무로 이번 주간의 밀리게 될 일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첫째 아이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EBS는 학교 진도보다 느린 관계로 시청하지 않기로 했다.
게다가 아이가 ‘지긋지긋한 이비에스방송’이라고 하는 바람에 과감히 티브이 전원을 내렸다.
‘뭘 또 지긋지긋하기까지...’
하는 마음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 이겠지만-
그냥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늘 오전
확진자 접촉을 했다는 아이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학교로부터 받았다.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을 하는 동시에
이제 정말로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되었다.

코로나는 이제 더이상
인터넷 기사로만 접하고,
재난문자로만 접하는 남들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제 우리 삶의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나의 곁에도 , 그리고 당신의 곁에도
바이러스는 언제든 둥지를 틀 수 있다.


2주간 격리를 해야 하는
‘음성’ 판정을 받은 그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온다.
그 아이가 다니던 학원은 이미 엄마들 입소문을 타고 흘러들어 갔으며, 사실 확인이 안 된 부풀려진 이야기들까지도 맘 카페를 나도는 모양이다.


그 아이와 그 아이의 가족이
일부러 바이러스를 퍼트린 것도 아니고,
그저ㅡ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하지 않아도 될 실수를 해서
타인들이 피해를 입은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코로나 앞에서
서로를 비난하기 바빠지기보다는
각자가 조심하며,
예방수칙을 잘 지키며 지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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