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마음을 들어주는 일도 연습이 필요하다.

by 다니엘라

“그런데요 할머니, 조요한이가 얼마나 제 말을 안 듣는지 아세요? 제가 만들기 한걸 가지고 놀다가 맨날 망가뜨리고, 제가 하는 건 다 따라 하려고만 하고, 공부할 때도 시끄럽게 하고, 얼마나 말썽쟁이인데요. 정말로 지독하게 말을 안 듣는다니까요. 정말 정말 나빠요……”

저녁 무렵 아이가 할머니와 통화를 하는데
방에 들어가서 한참을 나오질 않는다.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통화를 할 때,
보통은 화상 전화로 거실을 서성대며
시끌벅적하게 하곤 한다.

그날 저녁만큼은
아이가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다 말고
방으로 들어갔다.
동생과의 잦은 마찰에
마음이 상해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는 나름 소곤댄다고 했겠지만,
식탁까지 소리가 다 새어 나왔다.
“할머니 요한이(동생)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동생과 있었던 섭섭한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고해바치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더니 할아버지 목소리의 등장이다.
할아버지에게도 똑같은 레퍼토리를
하나하나 읊어낸다.

아이는 한참의 통화 끝에
십 년 묵은 변까지 쏟아내고 온 사람처럼
맑고 흡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엔 어쩐지
아이가 동생에게
평소보다 너그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와의 전화 통화 이후
큰 아이와 단 둘이 차를 탈 일이 생겼다.
할머니와의 통화가 생각나 아이에게 물었다.
“할머니 하고 이야기 많이 했어?”

“네, 많이 했어요.
요한이가 말썽 피운 거 다 말씀드렸어요.
할아버지는 계속
‘동생은 애기잖아~~.’ 이 말만 하셨고,
할머니는 제가 계속 이야기하니까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셨어요.
역시 할머니가
제 마음을 제일 잘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랬구나. 감사하네.”
아이는 자기 마음을 이해해 주는
할머니의 마음을 읽게 되었다.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시고
“그랬구나, 속상했겠네.”
정도로 응대하시는 할머니를 통해
자신이 온전히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아이는 할머니께서 이야기를 들어주셨다는
사실만으로도
평온함을 충전받았다.
위로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기분이었다.

아이는 자기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자기 이야기를 들으며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이 아닌,
온전히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아이도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고 있거나
그렇지 않을 때의 느낌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거기에 더해
아이는 이해받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었다.

아들 둘을 키우다 보니
이 녀석들의 능글맞음에 대응하기 위해
내 목소리의 크기만 키워왔다.

엄마의 목소리를 키우다 보니
듣는 일에 마음을 쏟진 못했다.
큰 목소리에
아이들이 조금 더 빠릿빠릿
움직여 주는 것 같았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효과적인 육아법이라 생각했다.

아쉽게도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아이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아이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일이 줄어들었다.

“할머니는 제가 계속 이야기하니까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셨어요.”
하는 아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귀는 닫히고
입만 점점 더 커진
균형 잃은 엄마가 된 나를 발견했다.

듣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듣고 이해해주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다시 변화의 시작점에 섰다.

오늘은 먼저
목소리 톤을 낮추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이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보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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