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있다.
정말로
진짜로
양손 딱 모으고
미간 찡글찡글하고
웃으면서
"너무 예쁜 책이야!"
를 몇 번이나 외치면서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그런 예쁜 책을 읽으며
살짝살짝 나오는 이야깃거리들 중에
'나도 한 번 해볼까?'싶은 것들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나이대별로 좋은 점에 대해서 써보기로 했다.
소영 선생님네 독서교실 아이들이
40대에 대해선
기대도 희망도 없는 반응들을 보였다지?
불혹까지 몇 년 남지 않은 나에겐
환상 같은 기대감이 있기에
어린이들의 의견에는 흥 칫 뿡!이다.
그건 그렇고-
그럼 시작해 볼까?
5년, 혹은 10년에 한 번씩의 삶에서
좋았던, 좋은, 좋을 점에 대하여.
0세의 좋은 점은
그저 누워서 먹고 자고
사랑을 잔뜩 담은 낯선 얼굴들이
수시로 바라봐준다는 점이 참 좋다.
사랑, 사랑, 사랑이 넘치는 시기.
5세의 좋은 점은
나만 보이던 세상이 점점
타인과 나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나이다.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해서 매일매일이
탐험가 같은 날들이라는 점이 멋지다.
뭐든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당당한 직립 보행의 시기.
10세의 좋은 점은
이제 나도 형아야~ 누나야~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점이 최고다.
귀여운 허세가 샘솟는 시기.
15세의 좋은 점은
좋아하는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다닐 수 있고
교복을 줄여 입을 수 있으며
툭하면 사춘기를 핑계로
묵언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좋다.
개성을 살살 싹틔우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성장의 시기.
20세의 좋은 점은
공식적으로 자유를 얻은 시기라는 점이
두말할 것 없이 좋다.
더 이상 교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정말로 좋다.
(10년만 지나도 그리워질 교복인데 말이다.)
나이마저 예쁜 시기.
30세의 좋은 점은
더 이상 '아직 어리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시기라는 점이다.
점차 성인으로 대우받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별것 아닌 일에도 으쓱대기 일쑤다.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들이
드디어 어른이 된 시기!
40세의 좋은 점은
이름만 들어도 멋있는
'불혹'이다.
30대 때보다 돈이 더 많을 거고
마음만 먹으면 시간도 더 많을 수 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고,
보고 싶은 책이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며
원한다면 그대로 할 수 있다.
불혹이니까 좋지!
50세의 좋은 점은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서
다시 온전한 자유를 돌려받는 시기가 된다.
더 치열하게 살거나
삶의 속도를 늦추거나
둘 중 하나가 될 테니까 둘 다 참 좋다.
60세의 좋은 점은
운이 좋으면 하면 '할머니'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 나이라는 점이다.
아침엔 떡을 데워 먹고
점심은 영감이랑 비빔밥 해 먹고
저녁은 된장 지져먹고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두런거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이라서 좋다.
흰머리도 익숙해지고,
주름도 익숙해지는 시기!
70세의 좋은 점은
손주들에게 편지를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된다는 점이다.
혹시 손주가 없더라도 괜찮다.
천천히 걷는 것도 이상하지 않고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아도
누가 뭐라 하지 않으며
하루 한 번 산책을 하며 주변을 돌아보는
마음의 여유가 차 오르는 시기.
....
적어내려오다 보니
가 닿지도 못한 60 대니 70대에 대한 좋은 점을
내 마음대로 이렇게 나열해도 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올라온다.
더 이상 기록하는 건 힘들겠다.
독서 교실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40대에 왜 그렇게 심드렁했었는지
조금 알 것도 같다.
어쨌거나
부지런히 살다 보면
십 년에 한 번씩 좋은 일들이 온다.
역시 -
인생은 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