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마라 정든다

by 다니엘라


어려서부터 잘 웃는 아이였다.

잘 웃는다고 칭찬도 많이 받으며 자랐다.

웃는 얼굴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겐

순한 아이로 인식이 되었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인정을 받으며 자랐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웃고 있으면 상대도 나에게 친절을 베풀곤 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조금 더 쉬웠던 것 같고

반장 선거에 나가서 좋은 결과를 얻는데도

잘 웃는 얼굴이 한몫을 했다.



미술을 전공한

예술적 기질이 다분한 언니는

늘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히죽거리며 웃는 것보다는

언니의 얼굴은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같은 뱃속에서 태어난 자매였지만

우리 둘은 어려서부터 성격도 많이 달랐다.



태중에서의 일은 기억에 남은 것이 없어

나의 웃는 얼굴이 태초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어쨌거나 아장거리며 다닐 때부터

웃는 일은 늘 부지런히 해왔다.

울어야 할 때,

화를 내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늘 웃으며 다녔다.



웃으며 다니는 일은

성장 과정에서 주로 칭찬받을 만한 포인트였고,

주변인들은 긍정의 눈빛으로 바라봐 주었다.



그러나 사춘기 무렵부터

이유 없는 웃음은

오해나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걸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실없이 웃으며 다니는 애’

‘흘리며 다니는 애’

‘오질 없이 웃는 애’

라고 내 웃음을 한정 짓는 이들이 생겨났다.



실없는 것도 아니었고,

흘린 적도 없었으며

오질 없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언제나 웃고 다니는 내 모습이 남들에겐

곱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일부러 덜 웃으려는 노력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나이가 조금 더 찼다.

잘 웃으며

잘 풀리는 일들이 많아졌다.

처음으로 만난 사람도 호감으로 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직장에서,

선후배 사이에서 가끔 듣곤 하는 말이 있었다.

"야 웃지 마~ 정든다!"



늘 웃고 있는 얼굴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일이

이 땅에선 종종 일어난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주 웃는 얼굴이 가끔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의 일이다.

아이를 등교시키기 위해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우리 동에서 건너편 동으로 길을 건너가야 하는데

길가에 택시가 한대 서 있었다.

택시 꼭대기에는

'예약'이라는 글자가 번쩍이고 있었다.

차가 곧 출발하려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나와 아이는 길을 건너지 않고 기다렸다.

택시 기사님이 창문으로 엄지 척을 하시기에

나도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그러더니 기사님은 우리들 앞으로 와서

차를 멈추더니 어서 올라타라는 표정을 보내셨다.



아뿔싸!

아저씨의 엄지 척은

"예약하신 분 맞나요?"

였고,

나의 웃음은

"네 그게 접니다."

로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결국 택시 기사님께는

"죄송합니다. 저희가 아니에요."

하며 사과를 했고,

그렇게 또 '웃지 마 정든다' 사건을 겪었다.



마흔을 바라보는 아들 둘 딸린 엄마인 나는

지금도 여전히 잘 웃고 다닌다.

물론 집에서는

웃다가도 호랑이로 변하는 표정의 마법도 잘 부린다.

잘 웃으니까 좋다.

잘 웃으니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무서운 인상을 심어주지도 않고,

아는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는 일이 더욱 편하다.



여전히

나의 웃는 얼굴에

침을 뱉고 싶어 하는 이들은 종종 나타난다.

여전히

나의 웃는 얼굴을 오해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웃는 얼굴이 좋고,

웃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가끔 '웃지 마 정든다' 사건이 생기기도 하지만

인상 쓰다가 생긴 오해보다는

훨씬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글을 쓰다 말고

옆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아들과 눈이 마주친다.

우리는 서로만 아는 웃음으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역시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

미움을 받고 오해를 받는 일이 생겨도,

웃는 쪽을 택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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