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시아버님의 상관관계
돌아오는 월요일,
코로나 백신 부스터 샷을 예약했다.
1차, 2차 백신을 접종하며
두 번 모두 꼬박, 변함없이 아팠다.
고열과 두통, 근육통이 패키지처럼
백신 맞은 나를 쫓아다녔다.
부스터 샷도 예외는 아니겠거니 하며
한번 더 찐하게 아플 각오를 다졌다.
백신을 맞을 때마다 아픔 3종 세트와 더불어
늘 등장하는 분이 계시다.
우리 아버님!!
독감 접종을 하고도,
비형 간염 접종을 하고도,
그리고 불주사(BCG)를 맞고도
아픈 적이 한 번도 없던 내가
코로나 접종을 하고 나면
아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스컴이 요란스레 겁을 줬고,
주변에서도
누가 얼마만큼의 아픔을 격파했는지에 대한
영웅담이 떠돌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접종을 예약하자마자 겁을 집어먹고는
시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제가 백신을 맞을 예정이니,
그래서 혹시 아플지 모르니
오셔서 도와주세요.
아이들을 조금만 돌봐주세요.
하며 먼저 나서서 도움을 요청했고
두 차례의 백신 모두 지겹게 앓았다.
그리고 이제는 부스터 샷.
접종 예약과 동시에 고민이 시작되었다.
‘아버님께 오시라고 해야 할까?’
‘그냥 조용히 접종을 하고 끝낼까?’
고민이 시작된 이유는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
첫째는 접종 1,2차를 거치며 아파보니,
나는 정말로 (많이) 아픈데 아버님은
“자꾸 아프다고 생각하면 더 아픈 거야.
괜찮아 괜찮아.
좀 걸어 다니고 바람도 쐬고 해 봐 며늘.”
하며 플라시보 치료법을 쓰려고 하셨다.
아픈데 자꾸 씩씩함을 강요하시니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아버님이 계실 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우리 어린이들을 잘 챙겨 먹여야 한다.
접종 후 몸이 아파 일어나질 못하겠는데,
(아버님이 안 계셨다면
벌써 치킨을 시키고 말았을 텐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나
뚝딱뚝딱 저녁밥을 짓고,
아침밥을 지어야 했던 것이다.
해보니 고되었다.
고되다 보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런 중에도
당연히 아버님 스페셜 케어를 받았다.
점심 라면도 끓여 주셨고,
집안일도 챙겨 주셨으며,
어린이들도 책임지고 돌봐 주셨다.
그럼에도 힘든 건 사실이라며
‘이번엔 아버님께 오시지 말라고 할까’
하는 마음이 컸다.
고민이 되는 두 번째 이유는
‘그럼에도 다시 한번’의 느낌으로
아버님을 오시라고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을 보러 다녀가신 지 벌써 한 달 정도가 지났고,
나 역시 아버님을 뵐 때가 되었는데 뵙지 못하니
뵙고 싶은 생각도 들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님이 스스로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시켜 드리는 작업을
더 자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두 번째 고민에 무게를 싣고
아버님을 초청했다.
월요일에 부스터 샷 접종 예정인데,
아버님이 꼭 오셨으면 좋겠다고.
사실은 한참을 고민했으면서
입으로는
“아버님 당연히 오셔야죠!!”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 나니
정말로 아버님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계시는 동안에
미운 정 고운 정 부지런히 쌓으며
한 번이라도 더 뵙고
한 번이라도 더 귀찮게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님을 귀찮게 해 드리는 일이
곧 애정을 표현하는 길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월요일이면 아버님이 오신다.
오시기 전에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 정리도 해야 하고,
매실 엑기스도 부지런히 마셔서 비워둬야 한다.
그리고 친정에서 받아온 커다란 김치통은
재빠르게 이웃들과 나누고
적정량만 남겨 두어야 한다.
아버님을 맞이할 생각에
벌써부터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아버님께서 건강하게 살아계시니 가능한 분주함이고
아버님께서 건강하게 살아계시니 가능한 긴장감이다.
앞서 가졌던 고민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모실 수 있음에 감사하며
아버님 맞을 준비를 즐겁게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