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 다녀오는 길이다.
아끼는 동생의 아버지께서
약 4개월 간의 암 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하셨다.
곁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함께 기도 해왔던 사이라
4개월이라는 시간만에
맞이하는 이른 이별은
참 아프고 힘들게 느껴졌다.
장례식이란
언제나 슬프고 엄숙한 분위기이기에
아픔을 당한 가족들을 위로하는 일 말고는
다른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차분한 검은색 옷을 갖춰 입고
조문을 하고 잠시 동안 자리를 지키고 나면
그걸로 그 장례에 대한 기억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런데 평소보다 더 마음 깊이 슬펐던
이번 장례식에선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왔다.
고인의 영정사진.
친한 동생의 아버지인
영정사진 속의 고인은
더없이 맑은 얼굴로 활짝 웃고 있었다.
조문객들의 눈길이
영정사진에 오래오래 머물 수 있도록
그는 그렇게 따스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영정사진 속 고인의 미소를 보며
그의 사진은
오늘을 위해 미리 준비된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파동을
남긴 것만은 분명했다.
그 덕분에
영정사진이라는 것을
미리 준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 맞이하게 될 죽음이라면
미리미리 준비해보면 어떨까.
죽음을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죽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건강함은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태어나는 데에는 순서가 있지만
이 세상을 하직하는 데에는 순서도 예고도 없다.
이별하는 그 순간은 분명 슬프겠지만,
그 슬픔에 앞서
객관적인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웃을 수 있을 때
밝은 미소를 담은 사진을 미리 준비하고
혹여나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였을 때
자녀들이 준비된 영정사진을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매년 생일이 좋겠다.
가족에게까지 강요할 생각은 없고,
밝게 웃는 내 모습만큼은
매년 같은 날
사진에 담아 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