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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May 02. 2022

ep.01 애송이 시절

예비  아이 , 글 쓰는 다니엘라입니다.


글은 뭐니 뭐니 해도

나만 궁금하고

쓰면서도 나만 즐거운

‘내 이야기’를 써야 제 맛이 아니겠습니까? 응?

그간… 쓰다 쓰다 지치면 언제나 기다렸다는 듯

제 이야기를 덥석 물어와서

뻔뻔하게 글을 쓰곤 했는데,

아- 이젠 좀 더 성숙해져야지.

모두가 공감할만한 모두의 이야기를 쓰자!

모두를 위한 글을 쓰자!

하고 마음은 단단히 먹었지만,

이 버릇 고치기도 어지간히 힘드네요.

결국은 또 [내 이야기].


기본적으로 글 쓰는 게 즐거운

스페셜 관종형의 인간이다 보니

그냥 제 이야기를 쓰고도

혼자서 막 재밌는 겁니다.

흔해 빠진 이야긴데도 자꾸 초롱초롱 하니

제 이야기가 특별해 보이기까지 한다면

제 상태가 어떠한지

조금은 이해하실 겁니다. 흐흣.

자기 사랑이 하늘을 찌르는 겁니다.


이러고 앉아있는 제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면

그리고

‘이 아줌마 뭐야! 더 이상 못 봐주겠어!’

하신다면

자! 이제 그만 페이지를 넘기시고요,

‘이 인간 뭔가 불쌍해-

동정심이 막 끓어오른다’

하신다면 조금 더 커서를 스알스알 내려봐 주시기를,

자비로운 당신이 되어 주시기를!

오늘 목표는 소박합니다.

댓글 열개 달리는 것 정도..?! 응? ㅎㅎ


하여간 다시 또 심기일전하고

진지발리스 모드로 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얼마 전에 제가 소설을 시작했더랬죠?

일주일 전.

그런데 후속 편을 쓰는데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아주 난리도 아닌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그 소설은 일단 접어 두기로 했습니다.

잘못하다가 모두 까기 소설이 될 것만 같아서

임신 15주 차 아줌마의 불안정한 정서 상태로는

더 이상 멀쩡한 글을 이어갈 수가

없을 것 같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소설 하차 선언을 하는 바입니다.

또 쓸 날이 오겠지요.

살아갈 날이 삼천만 리나 남아 있을 테니까요!

(보장은 못하지만.)


다시 돌아와서.

제 이야기를 재주껏 써보겠습니다.

그래도 셋째를 임신한 임산부 이야기는 흔치 않잖아요.

네? 흔하다고요?

그렇군요.

하여간 제 인생에서는 스페셜 한 사건임에 틀림없으니

흔한 이야기도 안 흔하게 만들어내는

다니엘라 매직을 믿고!

같이 즐겁게 눈동냥 고고씽! 하시죠^^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진정한 의리파 나의 이웃!

이제 슬슬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1] 애송이 시절


지금보다 나이를 덜 먹었을 땐, 아이를 하나만 낳을 것인가? 아니면 복닥 복닥 하게 둘을 낳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지나고 보면 고민할 거리도 아니었다.

내가 고민을 한다고 생길 아이가 안 생기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갖고 싶다고 매일 밤 기도를 해도 원하는 때에 들어서지 않는 게 새 생명이니.

가족계획을 세우는 건 계획 세우기 좋아하는 우리네 정서에 얼추 들어맞는 행위지만, 모든 계획이 그러하듯 자녀 계획도 내 뜻과 내 의지대로 이루어지진 않는 법이다.



신혼 초 남편은 가족계획 세우기의 달인이었다.

이제 갓 신부가 된 나에겐 가족계획이라는 단어만 스쳐도 쑥스러웠지만 남편은 매번 주저함 없이 출산 계획에 대해 송당 송당 말을 꺼내곤 했다.

“여보, 저는 자녀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세 명쯤 낳으면 좋을 것 같은데, 여보 생각은 어때요?”


“세명이요? 말이 너무 심했네요. 저는 그런 꿈은 없는데..”


“그래요 그래, 저는 그런 꿈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보가 하자는 대로 할 거예요. 한 명도 좋고 두 명도 좋아요!”


가족계획이라는 테마로 이야기를 끝내고 나면 늘 뒷간에서 가열하게 일을 보고 덜 닦고 나온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자녀 욕심이 많은 남편을 보고 놀라기도 했고, 뭐든지 의견이 착착 맞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에게 이 대화는 속 시원한 대화는 아니었다.



서른이 되자마자 웨딩 마치를 올렸다.

친구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았다.

“네가 이렇게 빨리 결혼할 줄은 몰랐어! 우리 중 제일 늦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는 되게 늦게까지 공부하거나 일만 할 줄 알았어!”


“뭘 이렇게 갑자기 결혼하는 거야!”


“뭐야~ 네가 벌써 결혼을 한다고?”


나 스스로도 약간은 놀라 있었다. 이렇게 빨리 마음이 사로잡히고 이렇게 순식간에 결혼을 하게 될 줄이야.

오랜 사회생활을 하며 수많은 꿈을 품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성공한 여자’의 삶을 살아낼 줄 알았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결혼은 내 삶에서 계획의 우선순위에 놓여 있질 않았었다.

그러다 보니 너도 나도 서른 살 나의 결혼에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그럼에도 마음을 굳히고 나서부터는 그것이 곧 나의 운명이 되었다. 결혼에 퐁당 골인을 했고, 결혼 생활에 풍덩 올인을 했다. 가족계획을 세우며 마음에 품었던 선명했던 자녀의 수는 점점 흐려져 한 명이냐 두 명이냐는 더 이상 대화의 테마가 되지 못했다.

지나고 보면 가족계획은 신혼부부만이 진지하게 치러낼 수 있는 고유의 놀이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가족계획이 의미가 없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결혼 생활을 이어가며, 그리고 삶을 축적해가며 부부의 자녀에 대한 소망은 바뀌어 가기 마련이다. 그들을 감싸 안은 삶이 그들의 마음과 소망을 조금씩 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결혼 한 달 반 만에 첫 아이를 가졌고, 남들도 다 겪는 육아의 쓴맛 매운맛을 다 본 뒤 ‘둘째는 당분간 보류’라는 팻말을 온몸의 여기저기에 붙이고 다녔다. 눈빛으로 말을 했고, 입으로도 말을 했으며, 손끝과 몸짓 하나하나로 의지를 밝혔다.



연년생을 낳는 조리원 동기들을 보며 애처로운 눈빛을 뚝뚝 흘려보냈다. 산모의 몸이 얼마나 상했을까를 당사자들 대신 고민해 줬고, 그들의 전투 육아가 몹시도 걱정되어 밤잠을 설쳤다. 그럼에도 내 아이를 외동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은 점점 옅어져 갔다. 동생은 한 명 있어야 할 거라는 생각을 막연히, 그리고 점점 더 구체적으로 해 나갔다.

‘그래도 둘은 있어야지.’

딱 그 마음이었다. 아이가 외롭지 않게 서로 의지할 수 있고 함께 뛰놀 수 있으며,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사람 ‘인’의 한 획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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