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엘라 Dec 12. 2021

벼랑 위의 집-아서와 선택된 아이들  

벼랑 위의 집-아서와 선택된 아이들

TJ 클룬 장편소설(송섬별 옮김) / 든 출판사



기분 좋은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벼랑 위의 집’이 그려진 소설책을 보고

손을 뻗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흥미로운 제목도 한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겉표지에 마음을 빼앗겨

읽기로 결심한 책이다.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작가’

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가 쓴 글은 어떤 글일까?

그에 대한 사전 정보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탓에,

대체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예상도 못했고,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조차도

예측할 틈이 없었다.

소설 중반부를 넘어서며

‘어, 어, 어라… 이렇게 되는 거야?’

하는 감탄사도 종종 내뱉으며 흥미롭게 읽었다.



벼랑 위의 집은

여기저기 마법이 널린 책이다.

마법이 그저 환상을 펼치는

화려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삶 가운데 마법이 종종 묻어나는 삶을 그리는

(그럼에도) 판타지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마법적 존재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마법적 존재들의 초자연적인 능력이 두려웠던

사람들은 기관을 만들어 그들을 관리하려고 한다.

관리 기관의 이름은 'DICOMY'.

'DICOMY'는 힘과 규율, 제한을 상징하는 기관이다.

 


'DICOMY'의 마법 아동 관리부 사례 연구원인

라이너스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는 친구도, 가족도, 연인도 없는

존재감 제로의 남자.

그의 업무는 DICOMY에서 마법 아동 고아원을

조사하는 것인데, 규칙과 규율을 중시하는 그는

다람쥐 쳇바퀴와 같은 본인의 삶을

규칙의 틀에 끼워 맞추어 조용히 엮어나간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일이

그에겐 가장 큰 행복이자 삶의 낙이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이너스는

DICOMY 최고위 경영진의 호출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에겐 무려 4급 기밀의 임무가 주어진다.

마르시아스 고아원을 조사하는 일.



기밀 임무 수행을 위해 떠난

마르시아스 고아원에서의 한 달 간의 이야기가

소설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한다.

더 이상 이야기를 길게 뻗어나갔다가는

줄거리를 모조리 솔솔솔 쏟아내게 될 것 같아

이제 그만 워워~ 워!!!



재미있는 사실은

이 소설이 그저 마법을 다룬

판타지 소설로 끝나지 않고

퀴어 소설의 반열에도 함께 오른다는 점이다.

아니 정말,

퀴어 소설 인지도 모르고 골랐는데!!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작가’

라는 수식어에서 ‘가장자리’가 의미하는 바가

성소수자를 의미할 줄이야!!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심지어 TJ클룬은

퀴어로맨스계의 떠오르는 샛별 같은 작가님.



동성애에 관해 다뤄지는 부분은

좋았다 나빴다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에 이쯤에서 말을 줄이기로 한다.

얼마만큼의 확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들어 올린 책이 퀴어 소설인 것을 보면

이전과는 달리 문학작품에서도 동성애가

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것은 분명하다.



회색빛과 가장 잘 어울리는

소설 속 주인공 라이너스는

마르시아스 고아원을 통해

가장 나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집은 도대체 어떤 곳인지를

온전히 깨닫는 경험을 하게 된다.



벼랑 위의 집을 읽으면 읽을수록

매일 살아가는 나의 삶을

자꾸만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는 정말로 나답게 살고 있는 걸까?

정해진 틀 안에서

안전하게 무너지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특색 없이 동동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



스토리에 깊이 빠져들어

영화 같은 소설을 읽고 싶은 당신이라면,

판타지 소설에 매력을 느끼는 당신이라면,

퀴어 소설에 관심이 있는 당신이라면,

그리고

내 삶을 한 번쯤 객관적으로

다시 바라보고 싶은 당신이라면,

[벼랑 위의 집]을 꼭 한번 읽어 봤으면 좋겠다.

기발하고 신선하며

빠져드는 매력이 있고,

그 와중에 동심도 느낄 수 있는

알록달록 무지갯빛 소설인

[벼랑 위의 집]을 기분 좋게 추천한다.



*[벼랑 위의 집]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원고료는 제공받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읽고,

제가 직접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책이나 원고료를 제공받고 쓰는 북리뷰는

잘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끄는 책 표지와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도전을 해봤어요.


내 돈 내산만큼이나

애정을 갖고 일주일이 넘도록

꼬박 손에 쥐고 다닌 정든 책의 리뷰를

이제는 마칩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어요.  


작가의 이전글 어린이라는 세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