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첫째, 그리고 다섯 살 둘째.
우리 어린이들은 아직까지 산타 할아버지를 믿는다.
첫째 어린이는 점점 논리로
산타 할아버지의 미스터리를 풀어내려 하지만
원래 세상 일은 논리로 풀리지 않는 게 더 많은 법.
“엄마 산타 할아버지가 현관 앞에 선물을 놓고 가면
엄마 아빠가 트리 밑에 선물은 두는 거죠?”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집 비밀번호를 모르는데
어떻게 들어와요? 우리는 굴뚝도 없는데.”
“아빠, 제 친구들 중엔 산타를 믿는 친구도 있고
믿지 않는 친구도 있어요.
근데 저는 산타 할아버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빠.
오늘 밤엔 잠들지 말고 산타할아버지를 꼭
만나서 사진을 찍어주세요.”
그는 진심이다.
동생은 형님 따라 덩달아 선물을 기다리고…
약 3-4주 전부터 우리 어린이들은
산타 할아버지께 받을 선물을 정해 두었다.
새로 나온 만화 프로그램인 ‘메카드 볼’에 등장하는
로봇 장난감이다.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로봇에서 다시 자동차로 변신을 하는 장난감이다.
둘이서 똑같은 선물을 고르고는
산타할아버지가 오실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자기 이름을 겨우 쓸 줄 아는 작은 어린이는
엄마의 글씨를 한 땀 한 땀 베껴 적어
산타할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를
트리 밑에 일찌감치 깔아 두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성탄 선물은 미리 사지 않는다.
꾸역꾸역 버티다
사흘 전에 인터넷으로 주문을 완료한다.
막판에 가서 선물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서
버티고 버티다가 선물을 구매하는 것이다.
(산타 할아비는 참 피곤하다.)
성탄절을 이틀 앞두고 아이들의 선물이
무사히 도착했고, 우리 부부는 늘 감춰두는 그곳에
아이들의 선물을 감춰뒀다.
그런데 그날 저녁(12월 23일),
첫째 아이가 슬금슬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엄마 지금 선물을 바꿔도 산타 할아버지가 주실까요? 이제 너무 늦었을까요?”
“글쎄. 이미 산타 할아버지 출발하셨을 것 같은데…”
(제발 바꾸지 마라. 제발.)
“그래도 산타 할아버지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분이니까
이번에 다른 걸로 달라고 부탁해 볼래요. 저는 이제 캐논 파이톤 말고 커비 인형을 받고 싶어요.”
(아니야 산타 할아버지는 못하는 게 더 많아ㅜㅜ)
“엄마 커비 인형이 뭔지 알아요? 산타 할아버지는 아실 텐데, 슈퍼마리오에 나오는 캐릭터예요. 커비 인형이 아주 귀엽거든요.”
“…글쎄 산타 할아버지가 들어주실 수 있으실지는 모르겠네 엄마도.”
그렇게 이야기가 끝난 줄 알았는데,
아이들을 재우려고 각자 양치질을 하러 보냈다.
둘째의 양치질을 돕고 동화책을 펼쳤다.
동화책을 두권이나 읽었는데도 형은 아직 오지 않는다.
이 녀석 또 느긋하게 양치질하면서 딴짓을 하겠구나
싶어서 살금살금 아이의 방으로 향했다.
아이는 편지를 쓰고 있었다.
산타 할아버지께….로 시작하는 편지였다.
아이는 집중을 해서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쓰고 있었다.
조용히 아이방을 나왔다.
아이는 편지를 마무리하고
트리 밑에 촥- 깔아 둔 뒤 침실로 들어왔다.
눈을 껌뻑이며 잠을 청하던 아이는 말했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가 제 소원 꼭 들어주시겠죠?”
“그러게, 엄마도 궁금하네…”
아이들을 재우고 트리 밑에서 아이의 편지를 찾았다.
세상에, 이 어린이 진심을 가득 담았다…..
온갖 그림과 눈송이 까지…
이 편지 받고 어린이 소원을 안 들어줬다간
산타는 순식간에 먹튀가 될 위기였다.
그날 밤 쇼핑몰 사이트를 열심히 뒤졌다.
(정말로 산타 선물을 바꿔줄 생각이 없었는데,
어린이 편지 한 통에 마음이 녹아버렸다 ㅠ)
아이가 찾는 커비 인형이라는 것은 대부분
일본 해외배송을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배송 예정일 1월 9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근 마켓에서 검색을 시작했다.
대부분 거래 완료. 거래 완료.
그런데 딱 하나 거래 중이 있었다.
분명 커비 인형이었다. 새 제품이라고도 쓰여 있었다.
곧바로 채팅을 보냈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답장이 왔다.
“거 래 가 능 합 니 다 .”
오예!!
아이도 엄마도 산타에 진심이었다.
결국 커비 인형을 산타 선물로 준비할 수 있었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엄마는 우리 집 ‘동심 지킴이’니까…ㅎㅎ)
25일 아침,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발사했다.
어린이는 산타 할아비를 더욱 굳게 믿는 눈치였다.
올해도 무사히 아이들의 꿈과 희망인
산타 할아비를 지켜주었다.
아이들이 산타 할아비와의 추억 덕분에
지금도 행복하길 바라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즐거운 기억으로 남겨
글감이 필요한 어느 날,
그리고 엄마 아빠가 그리운 어느 날,
2021년 12월의 한 장면을
마음에 그려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