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마지막 아이말 정산.
올해도 참 귀여웠던 날들이었다.
우리 어린이들이 귀여워서 웃을 수 있었고,
어린이들의 귀여움 덕분에 삶의 활력을 얻기도 했다.
이번 달 역시 넋 놓고 있다 보니 한 달이 훌쩍 넘어가고,
어린이들의 반짝이는 말들을
조금 더 부지런히 주워 담지 못해 아쉽다.
그럼에도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남겨둔 말들이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아이들이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면서
내년에는 더 완성된 표현들을 하고, 아이말 정산을 할 만한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덜 생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엄마는 단 하나의 포인트라도 잡으면
잘 기록해 두기로 조용히 다짐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며
12월 아이말 정산, 시~~ 작!!
[12월 아이말 정산]
출연 9세, 5세 어린이
1)
아홉 살, 다섯 살 어린이 모두가 방학인 주간이다.
되도록이면 재택으로 근무를 하고 싶지만,
어린이들을 데리고라도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어린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출근을 해서
최대한 빠르게 업무를 착착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은 사무실에 따라오는 날이면
색칠공부할 것을 출력해 달라고 한다.
한 번에 한 장 또는 두장을 출력해 주는데
이번에는 딱 하나씩만 골라서 출력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한참을 걸려 첫째 아이가 색칠할 도안을 골랐다.
그런데 출력을 하고 보니 이미지 사이즈가 작은지
이미지 테두리가 조금씩 깨져서 출력이 되었다.
색칠을 하는데 지장은 없겠지만,
아이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서 이미 저장해 두었던 캐릭터로
색칠 도안을 한 장 더 출력해 주었고
아이는 그제야 입꼬리를 쓰윽 올렸다.
곁에 있던 동생은 단번에 도안을 고르고
심플하게 한 장만 딱 출력을 해서 귀갓길에 올랐다.
집을 향해 차를 몰고 가는데
둘째가 구슬픈 목소리로 말을 시작한다.
(주로 졸릴 때 목소리가 구슬프게 바뀐다.)
“엄마, 근데 공평대로 안 한 거 같아요.”
“응? 공평대로?”
“네, 색칠공부가 공평대로 안 한 것 같아요.
나는 한 개를 했는데,
형아만 두 개를 했잖아요.”
“아아… 공평하게?ㅋㅋㅋㅋㅋ”
(아이고 공평대로 안 해서 얼마나 미안한지…ㅋㅋ)
작은 꼬마는 새로운 어휘를 무서운 속도로 흡수하고
새로운 어휘를 이해한 대로 직접 써보려고 한다.
덕분에 ‘공평대로’라는 기이한 말이 개발되었지만
엄마는 그런 꼬마가 참 기특하다.
2)
우리 삼 모자는 가끔씩 남편의 퇴근길 픽업을 가곤 한다.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는 길이 퇴근시간과 맞물리면
아빠 찾아 삼만리를 한다.
그날도 남편을 픽업하기 위해 남편 회사 입구를 통과했다.
남편의 회사 입구에는 외주 시큐리티 직원 분들이
외부인 출입을 관리하고,
출입하는 모든 차량에 경례를 해 주신다.
회사 입구를 막 지나 주차장 쪽으로 차를 몰고 가는데,
첫째 아이가 말을 꺼낸다.
“엄마 저 아저씨 얼굴 상이 ㅇㅇㅇ목사님이랑 닮았어요.”
“응 얼굴상이? ㅎㅎㅎㅎㅎㅎㅎ”
“네, 안경도 똑같고 머리카락 길이도 비슷하고 표정도 닮아있어요.”
“이삭이 말을 들어보니까 그런 것도 같네.”
ㅎㅎㅎ 아이는 어딘가에서 인상이 좋다,
인상이 닮았다 등의 말을 주워들은 모양이다.
그런데 그 순간 인상이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았던지
비슷하면서도 더 알아듣기 쉬운 말로 바꾸어 말을 해주었다.
‘얼 굴 상’ ㅎㅎㅎ
3)
아이들과 방학 특집으로 손만두 만들기를 했다.
두 아이는 열심히 손을 조물 거리며 작품을 만들어냈다.
운명의 장난인지,
타이밍의 장난인지
두 아이 모두 만두 빚기를 마무리하고
다음 만두피를 집어 들려고 하는데
남은 만두피가 딱 한 장뿐인 것이다.
이럴 때 종종 어린이들은 서로 갖겠다며 쟁탈전을 하곤 한다.
어떻게 하려나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니
갈등이 생기려는 찰나
형님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낸다.
“요한아, 우리 이거 반씩 나눠서 수제비 놀이하자.”
“조오와~ 형아.”
아이들은 그렇게 한참을 가지고 놀던
각자의 수제비(?)를 접시에 대충 팽개쳤다.
그날 집에는 할아버지가 계셨고,
뭐든지 정리를 착착 잘하시는 할아버지께서
만두 뒷정리를 하시며
어린이들의 수제비를 싱크대에 던져 넣으셨다.
(아이가 찾을 때까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엄마, 내꺼 수죄비(?) 어딨어요?”
“응 그거? 아까 접시에 뒀잖아. 거기에서 찾아봐.”
할아버지: “엇!? 그거 여기 있는데?”
(급하게 싱크대에서 주워 물에 헹군 미끄덩한 만두피를 건네신다.)
“아니야 이거. 이거 내꺼 아니야.”
(울기 직전)
할아버지: “아이고 아가 미안해. 할아버지가 모르고 그랬어.
자자~ 여기 물 닦았다, 여기 있어.”
“아니야 이거어…(엉엉엉)
엄마 이거는 너무 느낌느낌해. 느낌느낌해서 싫어어.ㅠㅠ”
ㅎㅎㅎㅎㅎㅎ
느낌느낌해서 싫다는 말은 미끌거려서 싫다는 말로
알아서 듣고 ㅎㅎ
알아서 아이를 달랬다.
4)
다섯 살 둘째 어린이는 유치원을 대신해 선교원에 다닌다.
유치원과 같지만 신앙교육과 성품 훈련을 하는 사립기관이다.
지금 둘째 어린이가 다니는 선교원은
지역의 오랜 전통 교회에서 운영을 하는 곳이다.
어느 날 아이들과 수요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이었다.
우리 가족들은 차에만 올라타면 말수가 더 많아진다.
우리 어린이들을 포함해서…
그날 둘째 어린이가 뜬금없이 말을 걸어왔다.
“엄마, 엄마는 눈~~ 물로 기도해서 나를 낳았죠?”
“….. 응?(갑자기???)”
“엄마가 나를 낳을 때 무릎 꿇고 눈물로 기도해서 낳은 거지요?”
“아아.. 그렇지 눈물로 기도해서 귀한 요한이를 얻었지!!”
ㅎㅎㅎ
어린이 입에서 ‘눈물로 기도해서’라는 말이 나오다니…..
ㅎㅎㅎㅎㅎ 선교원의 신앙 교육이
아주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ㅎㅎㅎ
12월 아이말 정산은 여기까지.
솜털이 보송 거리는 이 꼬마들과
올 한 해도 귀엽고 사랑스럽게 삶을 꾸려 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이 축복을
마음껏 누린 2021년이 참 감사하며,
더 알록달록 해질 2022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