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생각보다 길고,
생각보다 디테일한
어린이 성교육의 풀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의리 만으로는 읽기 거시기하실 수도 있으니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읽지 말고 좋아요만 누르셔도 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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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첫째 어린이와
밤잠을 청하기 위해 어둑한 방에 누웠다.
“사랑해요, 잘 자요.
Good Night! Buenas Noches!”
까지 우리의 모든 취침 인사를 마치고
눈을 감으려는데 아이가 몸을 돌려 질문을 건넨다.
“엄마, 엄마가 진짜 저 낳은 거 맞아요?
엄마 남자 아니죠?”
“응???(그게 무슨 질문이여?ㅋㅋ)
당연하지, 엄마가 낳았지~~
엄마 여자 맞잖아!”
“아.ㅎㅎㅎ 알아요 엄마.”
“좋아. (너 잘 만났다.ㅋㅋ)
그럼 오늘은 이삭이가 태어나던 날 이야기를
좀 해줄게. 잘 들어봐.”
“네에.”
“2013년 12월 10일 오전 7시 40분
(또 풀스토리 시작.ㅋㅋㅋㅋ)
엄마랑 아빠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포유 문 산부인과’에 도착했어. 이삭이가 태어날 것으로 예상한 날짜는 원래 12월 13일이었는데, 엄마 뱃속에 이삭이가 살고 있던 아기집에 양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3일 먼저 이삭이를 낳기로 결정한 거야.
엄마 아빠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할아버지가 병원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계셨어. 할아버지는 이삭이를 많이 보고 싶으셨던 것 같아.”
“산부인과 이름이 문 산부인과예요? 달 할 때 그 MOON 산부인과예요? 아니면 똑똑 두드리는 문 산부인과예요?”
“아… 아쉽게도 그건 둘 다 아닌 것 같고, 그 병원을 처음 만드신 의사 선생님의 성씨가 ‘문’이어서 문 산부인과인 것 같아.”
“자아, 그러고 나서 엄마는 아이를 낳는 ‘산모’들이 입는 아주 커~다란 원피스를 입었어. 아기를 낳을 때가 되면 배가 엄청 커지거든, 그래서 병원에서 주는 아주 커다란 원피스를 입어야 해.
커다란 치마를 입고 병원 침대에 누워서 ‘촉진 주사’라는 걸 맞고 이삭이를 기다렸어. 자궁이 어서 움직여서 이삭이가 빨리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사야.”
“촉진이 뭐예요?”
“촉진은, 어떤 일이 빨리 시작되라고 ‘힘내라, 힘내라’ 하면서 그 일이 시작되라고 도와주는 거야. 조금 더 빨리 되라고 밀어붙이는 거랑 비슷해. 아기가 태어날 때는 자궁에 있는 근육이 잘 움직여서 진통이 조금 더 빨리 시작되도록 돕는 거지.”
“진통이 뭐예요?”
“진통은 원래 아픔이라는 뜻인데, 아기를 낳을 때는 특별하게 쓰여. 아기가 나오려고 할 때 배가 아픈 걸 진통이라고 하는데, 진통은 아팠다가 잠시 안 아팠다가 또 아팠다가 잠시 안 아팠다가 하는 거야. 그러다가 아기가 세상에 나오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배가 아파지는 시간이 길어지고 더 자주 배가 아프기 시작하는 거야.”
“그렇게 촉진 주사를 맞고 엄마 배에 밴드를 둘러서 이삭이 심장이 잘 뛰는지 확인하는 기계를 연결하고 누워서 이삭이를 기다렸어. 아침 아홉 시부터 누워 있었는데, 낮 열두 시가 되어도 진통이 오지 않는 거야. 그래서 아빠더러 점심식사를 하러 다녀오시라고 했지. 그런데 한시쯤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한 거야.”
“아빠는 안 왔어요?”
“아빠는 금방 오셨지. ㅎㅎ”
“그렇게 한시쯤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고, 세시쯤부터는 눈물이 날 것처럼 아팠어. 그러다가 네시쯤, 배가 가장 아플 때 이삭이가 세상에 뿅 하고 태어났지. 이삭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아빠가 탯줄을 싹둑 잘라 주었지.”
“아빠 가요? 아빠가 그걸 배웠어요?”
“싹둑 자르기 전에 배웠겠지. ㅎㅎ 아빠가 이삭이랑 요한이의 탯줄을 모두 자르셨어”
“갓 태어난 이삭이를 봤는데, 이삭이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어. 온 세상의 천사들이 모두 모여서 이삭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 같았지. 엄마는 정말로 행복했어.”
“아빠는 내가 태어났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응 맞아, 엄마도 정확히 그런 기분이었어.
간호사 선생님이 엄마 품에 이삭이를 안겨줬고,
잠시 후엔 이삭이를 이동하는 침대에 눕혀서 기다리고 있던 할아버지와 아빠에게 보여주셨어.
‘여기 보세요 아기 배꼽도 있고, 손가락 발가락 열개가 모두 있어요.’ 하면서 말이야.”
“아하하..ㅋㅋ”
“그랬단다. 이삭이를 낳고 나서는 둥둥 떠다니는 기분으로 며칠을 살았어. 너무 좋아서. ㅎㅎ”
“근데 엄마, 아기는 똥꼬로 나와요?”
“아니, 항문은 아니고 거기 앞쪽에 아기가 나올 수 있는 길이 있어. 평소엔 아주 좁은데, 아기가 나올 때 점점점 넓어져서 아기가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지. 신기하지? 그래서 그 길을 산도라고도 해. 출산할 때 산, 그리고 길 도 자를 써서 도. 둘을 합쳐 산도.”
“네 맞아요. ‘아홉 살 성교육’ 책에서 읽어봤어요.
근데 거기서 오줌도 나오나요? 여자는 고추가 없잖아요.”
“여자는 고추가 없지만 소변을 보는 길은 또 따로 있지. 여자의 성기는 고추라고 안 하지. 여자는 음순이라고 해. 아기가 나오는 길 바로 앞에 소변이 지나가는 길이 있어. 거기로 소변이 나오지.”
“근데 음순은 이름이 너무 느낌이 이상해요. 으 이상해.”
“이상해도 그게 이름이야. 음순이라고 말하기 쑥스러우면 그냥 여자의 성기라고 하면 돼. 근데, 여자의 성기에 대해서 말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ㅎㅎㅎ”
“아.. 네에. ㅎㅎ 그래도 음순은 너무 이상해..ㅋㅋ”
“자 그럼 오늘 특강은 여기까지. 빨리 자자~”
“저, 엄마 근데요…. 메카드 볼에 랜덤 볼이 있는데요….”
“응? 갑자기? ㅋㅋ
그 랜덤 볼 이야기는 내일 하자. 얼른 굿 나이트.”
“네에 흐흐흐. 알겠어요.”
그렇게 우리의 밤은 저물어 갔다.
의도치 않은 순간에
우리 집 첫째 어린이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지난번에 빌려와서 거실에 슬쩍 놓았던
‘아홉 살 성교육’ 책을
아이가 틈틈이 읽는 것을 보았다.
적당한 선에서는
궁금증을 풀어 주는 것도 좋겠다 싶어,
그날 밤 우리는 우수수 쏟아지는 호기심을
하나하나 풀어 나갔다.
혹여나 아이가 너무 궁금해져 버려서
친구들에게 묻다가 ‘성’이라는 것이
부끄럽고 우스꽝스럽거나
혹은 가벼운 것이 되어버리지 않도록
아이와 먼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이란 당연한 것이고
고귀하게 아껴주어야 하는 것임을
한 올 한 올 실타래처럼 풀어주었다.
담담하게 우리 어린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왔다는 것이 감격이고, 감사하다.
양육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간단하지 않은 미션들이
아이와 내 앞에 툭툭 던져진다.
그럴 때마다 기도하며 공부하고
지혜를 구할 수 있는 엄마가 되기를,
그리고 그런 엄마를
믿고 따라와 주는 우리 어린이들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