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아이의 등교거부, 그리고 9개월

기다림은 곧 믿음이다.

by 다니엘라



지난해 4월,

아이의 등교 거부로 두어 달을 참 많이도 아팠다.

아이도 힘들었고

엄마인 나 역시 무겁고 어두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의 등교 거부 사건이 있은 지

9개월이 지난 지금

나와 아이의 변화에 대하여 글로 옮겨보려 한다.



지금이 시기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혹은 이제 막 그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당신에게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시작한다.



아이의 등교 거부의 과정을 간단히 살피고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나누어 보려고 한다.


1) 20년 4월 초순 경(아이가 막 2학년이 되었다.)

“엄마 내일은 학교에 안 가면 안될까요?”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특이사항: 인생에서 처음 남자 선생님을 만났다.)


2) 아이를 달래서 학교에 보내고,

계속해서 아이와 대화를 시도한다.

주말에는 너무 신나게 잘 놀고

멀쩡한 아이로 돌아온다.

그러나 주말이 지나면 밤마다 호소한다.

학교에 안 가면 안 되냐고.


3) 담임 선생님과의 1차 면담,

다리 건너 아는 상담 선생님과의 전화 상담을 한다.


4) 아이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의 하교 시간이 되면

학교 앞에 나가

태권도 학원 차를 타는 아이 곁을 지켜 준다.


5)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차도가 없어 보이면서

엄마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6) 사설 상담소를 찾아가 가족상담 1회,

아이와 엄마와의 상담 1회를 한다.

“엄마가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는 피드백을 받는다.


7) 담임 선생님과의 2차 전화 상담.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이가 학교에서는

아주 모범적이고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낸다고 하신다.

하지만 아이가 그런 고민이 있다 하니

선생님이 따로 불러

아이와 단둘이 상담의 시간을 가진다.


8) 선생님께서도 도와주시고 아이도 점차 나아진다.


9) 엄마 없이는 학교 후문까지 걸어가는 것도

싫어하던 아이다. (집에서 후문까지 1-2분 소요)

학교에 조금이라도 늦게 가기 위해

후문 앞을 5분 이상 빙글빙글 돌며

시간을 끌던 아이다.

“엄마 이따 끝나고 1층에서 기다릴 거죠?”

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던 아이다.

“엄마 꼭 나오세요. 사랑해요. 엄마 빠이빠이.”

를 대여섯 번씩 하던 아이다.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지 못하는 아이다.

혼자 놀러 나가는 법도 없다.

무조건 엄마와 같이.


10) 그랬던 아이가 서서히 경계를 푼다.



불안의 주머니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던 우리 아이는

이제는 혼자서 태권도 학원까지 (약 7분 거리) 걸어갈 수 있게 되었고, 태권도 학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도 홀로 걸으며 여유를 만끽한다.



집에 오는 길에 아파트 광장에서 뛰어노는 친구들을 보면 자기도 나가서 놀다가 다섯 시까지 들어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홀로 나가서 노는 아이가 되었다.



“엄마 이따 나올 거죠?”가 아닌

“엄마 저 다녀올게요. 이따 봐요!”라고 말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불안의 눈빛이 생기 어린 눈빛으로 바뀌었다.



아이의 점심 도시락에 엄마의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써서 붙여주면 “엄마, 이거 쓰지 말아요. 편지를 보면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진단 말이에요.” 하던 아이가

“엄마 이제 편지 써도 돼요. 어제는 너무 감동이었어요.”라고 말할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아이는 아홉 살에서 열 살로 들어서는

딱 그맘때의 남자 어린이의 모습으로

씩씩함을 자랑으로 여기기 시작한 모양이다.



엄마와 함께 하길 바라며 우물쭈물하던 아이는,

그리고 불안이라는 감정이 어깨를 짓눌러

하고 싶은 일조차 판단하지 못하던 아이는

이제 ‘스스로’라는 수식어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아이가 등교를 거부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을 표현하던

어둠의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어두운 날들이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들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를 기다려 주고 믿어주라고.

아이는 이겨낼 거니 엄마가 더 불안해하지 말라고.

그때는 그 말을 고스란히 실천하는 일이

그렇게도 힘들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몰래 울고,

남편에게,

그리고 친한 친구에게 수도 없이 하소연을 해댔다.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니,

정말로 기다렸더니

아이는 제자리를 찾아 돌아왔다.

아이를 믿어 주었더니

아이는 기대 이상의 독립심과 안정감을 되찾아 왔다.

사랑해 주었더니 아이의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아이의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당신이라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내 아이를 편안하게 되돌려주고 싶을 것이다.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안다.

다 좋다.

상담도 받아보고,

아이와 이야기도 많이 나누어보고,

그리고 화장실에 뛰어들어가 소리 없이 울어도 괜찮다.

그 과정을 다 겪을 가치가 있을 만큼

아이를 안정감 있게 되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지금 너무 힘들고 끝이 보이지 않겠지만,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확실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당신의 그 작고 여린 아이는

결국 이겨낼 거라고,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더 단단하게 세워질 거라고…

그러니 절망에만 무게를 싣지 말고,

희망이라는 작은 끈도 꼭 붙잡고 있으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다 잘 될 테니,

애쓰고 있는 당신도

부디 힘을 내길 온 마음 담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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