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빨리빨리!!”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다.
고맙다, 사랑한다, 천천히 해-
라는 말보다 훨씬 더 자주 내뱉는 말이
빨리빨리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저녁시간에 가족이 모여 패밀리 타임을 가지며
각자 가족에게 고마웠거나 미안했거나
혹은 섭섭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던 중 큰 아이의 차례가 돌아왔다.
아이는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엄마가 요한이 하원 차량에 데리러 갈 때,
[빨리빨리 가자, 늦었어.
우리가 너무 늦어서 요한이가 길가에 혼자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어떻게 해!!]
라고 말했는데, 그때 마음이 너무 걱정되었어요.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로 요한이가 혼자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많이 걱정되었어요.
엄마가 그렇게 말을 안 하시면 좋겠어요.”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사과했다.
엄마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형아를 재빠르게 움직이게 하려는 마음에
‘극적인’ 표현을 써버리고 말았다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아이가 엄마의 말을
그렇게 깊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
아이가 재빠르게 움직이기를 원하긴 했지만,
내 입에서 나간 말이
아이를 불안감에 빠트릴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원하지도 않았다.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이제 그 누구의 말도 내 마음의 기준 안에서
적당한 진실 여부를 판단하고
가볍게 흘릴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작고 여린 내 아이의 마음은 그것과는 달랐다.
아이의 세계에서는 여전히 부모가 가장 큰 사람들이다.
아이의 세계가 커질수록
부모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게 되겠지만
아직 어린아이의 세계 속에서는
부모가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부모의 말이 중요하다.
부모가 하는 말 한마디가
아이의 세계에 큰 울림이 되기도 하고,
때론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아이의 세계를 떠올리고
내가 아이를 향해 내던진 말들을 생각하며
조심스러운 반성의 시간이 더해진다.
내 입에서 흘러나간 말들이
아이에게 너무 자극적이었던 건 아닐까?
나의 편의를 위해 아이를 깜짝 놀라게 하고
아이를 몰아세우는 말들을 했던 건 아니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본다.
동시에 아이에게 했던 사랑의 고백들
아이를 세워주는 말들,
그리고 아이를 믿어주는 말들 역시
단단한 실행의 힘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좋은 것이거나 덜 좋은 것이거나
아이에게 흘려보내는 부모의 말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아이에게 귀하고 좋은 것들을
더 많이 흘려보내도록 애쓰기로 한다.
아이에게 부정의 자극이 되는 말들은
줄이도록 노력하고,
필요한 충고나 조언은 자극을 줄여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기로 한다.
가정 먼저 할 일은
“빨리빨리”라는 말을 줄여 나가는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