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학. 아이들과 떨어지다.

에피소드 7. 코로나 시대에 워킹맘으로 살아남는 법

by 다니엘라

(2020년 3월 12일 글)


오전 7시 30분.
이 시간쯤이면 반쯤 감긴 눈으로 방문을 열고 나와야 할 아이들이 나오지 않는다.
거실에는 벌써 해가 반짝 들어와 앉았는데도
온 집안은 절간처럼 고요하다.

아이들이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단 하루도 쿵쾅거리지 않은 날이 없었는데,
아랫집에서도 오늘 아침은 궁금해서 자꾸만 위를 올려다볼 것 같다.

어젯밤,
울산에서 한 시간 거리인 포항 친정에 아이들을 맡겨두고 왔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가까운 친정인데도 일부러 서로 오가지 않았다.

보통은 한 달에 한두 번 포항에 가서 부모님 댁에서 식사도 함께 하고 시간을 보내다 오곤 했는데,
구정 연휴 이후로 왕래가 없었다.

친정 엄마께서 항암 치료 중이시라 혹시나 바이러스가 오다가다 옮겨 갈까 봐 걱정이 되었다.
친정 엄마는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
괜히 할머니 댁 오가다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습격을 받을까 봐 염려를 하셨다.

그래서 서로 조심하며 전화로만 안부를 물어왔다.

그런데 어제, 일이 좀 생겼다.
재택근무란 이름으로 집에서 아이들과 있지만,
사실 낮시간에는 ‘업무 불가’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이 자는 늦은 밤이나 새벽녘에 업무를 본다.
나라는 엄마사람은-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노트북 열어놓고 일을 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니다. ㅠㅠ

그런데, 다시 어제.
아침부터 업무 관련 메시지가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중 몇 가지는 집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전화 통화는 물론, 메시지가 수십 통...
집에 있으라는 건지 출근을 하라는 건지...

지난주에 두 번, 그리고 이번 주 화요일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을 했었다.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매일 출근하시는 다른 분들께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아이 둘을 주렁주렁 달고 나가면
사무실에서 지내는 시간의 딱 절반만큼만 일을 할 수 있다.



첫째 아이는 색종이 접기, 톡톡 블럭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이제 30개월을 넘긴 둘째는 통하지 않는다.
수시로 곁에 와서 안아달라, 이거 해달라, 그리고 가끔씩 아기 몸이 바닥에 놓인 컴퓨터 본체에 부딪혀 컴퓨터 전원을 끄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출근을 하면,
시작은 좋아도 결국엔 마음이 많이 상한다. ㅠ
그러다가 한 시간씩 아이들은 만화 영화를 보여주며 방치도 시켜야 하고...

그런 이유로 코로나 시즌엔 토요일에 나가 풀 근무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미안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밀려오는 업무를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을 감행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일과 아이들을 놓고 보자면,
나는 주저 없이 아이들이 먼저다.

사실 지금의 일은 정식 계약관계의 일이라기보다는
약간의 교통비를 받으며, 봉사 차원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에 4일.
하루에 네 시간 반 근무.
어린아이들을 키우며 나가서 일할수 있으니 좋고,
엄마로서의 상황들을 많이 배려해 주셔서 더 좋다.
그렇지만 때로는 내가 괜히 미안해지는 상황이 싫어서, 그리고 폐 끼치고 싶지 않아서 무리수를 둘 때가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출근을 한다거나...

여하튼 이런 이유로 일 앞에서 마음이 어려울 때가 있다.
대한민국 어느 워킹맘의 맘이 편하겠느냐마는...

다시 어제로 돌아와서.
일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오늘(목요일)은 출근을 해야 할 분위기다.
그런데 아이들을 또 데리고 나가는 건 상상조차도 하기 싫었다.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친정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안부 전화를 주신 건데,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다.
엄마는 두말 않고 아이들을 포항에 두고 가라고 하셨다.
애들 밥만 챙겨 먹이면 잘 놀테니까 엄마가 먹일게, 그냥 두고 가. 하셨다.
‘엄마.....ㅠ’


친정.
친정엔 우리 부모님과 언니 식구가 산다.
친정아빠는 일 때문에 요즘 주말 부부를 하신다.
그리고 엄마는 집에 계시며 조카(여덟 살)를 돌보신다.
환갑이 넘은 엄마는 이미 코로나 방학으로 충분히 고생을 하고 계신 걸 알고 있다.
그런데도 엄마는 우리 아이들을 데려오라 하시고,
나도 이번 주는 안 되겠다 싶어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삭이는 동생이 태어나던 2017년 8월, 처음으로 열흘간 엄마와 떨어져서 잠을 잤다.
그리고 지난여름 선교원 여름 캠프로 엄마 아빠와 떨어져 1박을 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런데, 둘째는 처음이다.
31개월 인생에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자게 된다.

아이들에게 할머니 집에 가서 세밤 정도 자고 올 거라고 하니 둘째는 마냥 신났다.(상황 파악이 안 된 것 같다)
첫째는 처음에는 좋다 하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고심이 깊어진다.

포항으로 출발 전,
첫째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었다.
엄마 아빠랑 떨어지고 싶지 않으 마음을 고백했고,
긴긴 대화 끝에 그래도 한번 가보기로 했다. 대신 엄마가 보고 싶으면 엄마가 더 빨리 오는 것으로 약속을 했다.
할머니 댁에서 잘 지내면
엄마가 나노 블록을 사주기로 했다.
나노 블록을 살 때는 영상 통화로 자기가 꼭 고를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어제저녁 여덟 시.
그렇게 우리는 포항으로 출발했다.
둘째는 잠든 채로 할머니 댁 침대에 뉘어졌고,
첫째는 동갑내기 사촌을 만나자 기분이 금새 좋아져 둘이서 방으로 쪼르르 들어갔다.

저녁을 먹었고,
아이 둘은 친정에 맡겨두고 울산으로 돌아왔다.

아이들만 맡기고 오는 일이 처음이다.
일을 저질러 버리고 왔는데,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잘 지낼지, 잠은 잘 잘 수 있을지...
아이들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이 정도 일로 아이들을 뚝 떼어놓고 오는 게 과연 잘한 일이었을까 - 하는 고민에서부터.. 늦은 밤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퇴근 후 두 시간 반짜리 운전에 지친 남편은 금새 잠이 들었다.
고민을 하다가,
아이들은 이미 맡기고 왔고- 내가 하는 고민은 현재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생각을 지우기 위해
넷플릭스 on!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를 한편 보고 눈을 감았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제목을 보니 내가 애들을 버려두고 온 것 같아서 또 잠깐 슬펐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은 반으로 줄었다.
그제야,
고생하고 계실 친정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과연 좋은 딸일까?
내가 과연 좋은 엄마일까?
고민을 했지만 답은 없다.
그저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2020년 3월 12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내일 이틀간 열심히 일하고,
다음 주는 온전히 아이들과 있을 예정이다.
월급이 아닌, 내 교통비가... 반토막 나도 좋다.

다음 주는 온전히 우리 아이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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