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임시 선별 검사소의 얼굴들

by 다니엘라



그곳은 인기 가수의 콘서트장 입장 대기줄을 연상하게 했다.

그곳은 야구 경기장 앞길이다.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 아니고서야 붐비는 일이 없는 곳이었다.

가끔 가족들과 텅 빈 야구장 밖의 공터에서

공놀이를 할 때에도 야구장 주변은 늘 고요하기만 했다.



지난 저녁의 그곳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왕복 6차선쯤 되는 도로 양쪽을 따라 주차된 차량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그리고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

지난 저녁의 그곳은

이미 늘 보던 곳의 얼굴을 지운 지 오래였다.

그곳은 코로나 19 임시 선별 검사소이다.



풍선이나 솜사탕 카트만 없었지

공연 대기행렬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곳에는 하나하나 다양한 얼굴들이 있었다.



“네, 매니저님. 친구랑 커피 한잔 같이 마셨는데

그 녀석이 확진을 받아서요.

지금 검사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30분만 있으면 검사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ㅇㅇ야, 네가 보건소에 전화해서

나를 밀접접촉자로 신고해줘.

회사에서 그렇게 하라시네.”

바로 앞에 선 키가 큰 청년은

신속 항원 키트를 받기까지 약 50여분의 긴 여정 동안

전화기를 붙들고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푹신한 금빛 비늘을 두른 듯한 반짝이 잠바를

입고 계신 할머님은 손녀딸의 손을 꼭 붙잡고 계셨다.

앞사람에겐

“여보세요. 우리 서로가 서로를 위해 거리 두리를 좀 합시다.

갓난 아기는 저쪽으로 좀 데리고 가요. 위험하게…”

거리두기를 요청하셨고,

뒷사람에겐

“총각, 전화 통화 계속 할거지요?

당신 순서가 내 바로 뒤인 것 알고 있으니까.

전화는 저기 옆으로 떨어져 가서 좀 하세요.

이런 데서 전화통화 자꾸 하고 그러는 거

난 안 좋아해요.”

또 다른 방식의 거리두기를 요청하셨다.

손녀딸은 오래오래 할머니의 눈치를 살폈고,

할머니는 오래오래 대기줄의 군기 대장 역을 맡아 주셨다.



아이가 둘인 단란한 가족이었다.

대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큰 딸아이는

아빠 손을 잡고 빙빙 돌며 몸살을 했다.

지루한 기다림이 아이에겐 어려운 숙제였을 터다.

돌쟁이 작은 아이를 아기띠에 매달고

토닥거림을 반복하는 엄마는 이미 절반쯤 지쳐 있었다.

거리두기를 하라시는 뒷자리의 할머님 말씀에 아이 엄마는

“저희는 사실 오전에 검사 결과 음성 받았는데

확인서 종이를 내지 않아서 다시 검사를 받으러 온 거예요.

음성 받았어요.”

하며 네 식구의 고단함을 이해받고 싶어 했다.



그 밖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은

마스크에 깊숙이 감추어져 있었다.

눈으로만 그 사람의 표정을 읽는다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던가….



엄숙하거나 침울할 것으로 예상되는 얼굴들 사이에는

웃고 떠드는 이들도 간혹 보였다.

그리고 코로나 결과가 음성이든 양성이든

같은 결과지를 받기로 작정한 듯한 커플은

찰싹 달라붙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PCR 검사 대상자 분들은 이쪽 줄이 아닙니다.

건너편 동으로 이동 부탁드립니다.”

크고 선명한 목소리의 보건소 직원이

긴 행렬을 지나며 외친다.

그의 투명 페이스 쉴드에는

수를 쓸 수 없을 정도로 하얗게 김이 서려 있었다.

오후 내내 엉덩이 한번 붙이지 못하고 뛰어다녔을

그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긴 행렬의 끝, 검사지 작성 천막.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직원보다

열댓 살은 더 많아 보이는 보건소 직원분은

사람들을 안내하는 사이사이 먼 산을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는 한탄하듯이 한 번씩 신음을 내뱉었다.

“하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그는 허공에 대고 진심을 외쳤다.

연극하는 사람의 발성에 가까웠던

그의 크고 굵은 목소리는

내 귀와 마음의 오랜 울림으로 남았다.



검사 접수 대기부터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한 시간을 임시 선별 검사소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나는

눈길이 닿는 곳마다 눈길을 주었고,

고막을 잔잔히 흔들어대는 곳마다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나는

작은 책을 한 권 펼쳐

‘저물어가는 생’에 대해 읽어 내려갔다.

‘이런 난리도 따로 없다’는 표현에 딱 어울릴 그곳에서

책을 펼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순서에 가 닿을 때까지

가로등에 비친 활자를 조용히 읽어 내려갔다.

그곳엔 참 많은 얼굴들이 있었다.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며,

혹은 코로나가 이제 우리 삶의 작은 한 부분으로

잘 스며들길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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