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많은 ‘만약에’ 때문에
많은 것들을 잃고 사는 나와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의 발목을 강하게 부여잡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분명 염려 섞인 ‘만약에’ 때문일 거예요.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기에 앞서
당신이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하는 건,
그건 분명 조심성이 가미된 ‘만약에’ 때문일 거예요.
오래오래 결심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분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담긴
‘만약에’ 때문일 거예요.
누군가에게 축하해 줘야 할 일이 있을 때
당신이 속 시원하게 축하해 주지 못한다면,
그건 분명 불필요한 염려가 섞인
‘만약에’ 때문일 거예요.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할 일이 있는데,
쉽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건
그건 분명 마음속의 전쟁터에 뿌려진
‘만약에’라는 씨앗 때문일 거예요.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군침도는 신메뉴를 주문하고 싶은데
결국 오늘도 어제와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는 건,
그건 분명 새로움에 대한 경계가 담긴
‘만약에’ 때문일 거예요.
마음껏 기뻐해야 할 일인데,
활짝 웃어젖히지 못하는 건,
남의 눈에 대한 의식이 잔뜩 담긴
‘만약에’ 때문일 거예요.
마음껏 위로해주고 싶지만,
당신이 주춤주춤 한다는 건,
불필요한 염려가 담긴
‘만약에’ 때문일 거예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겪지도 않을 일 때문에,
수많은 ‘만약에’를 만들어내는
나와 당신이
더 많은걸 잃기 전에 이 편지를 보냅니다.
더 이상은 귀한 것들을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모래알처럼 흘려보내지 않도록,
잃지 않아도 될 것들을 잃지 않도록
이 편지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