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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빵이 먹고 싶어지는 아침.

by 다니엘라


아이들을 등교, 등원시키고 문득

슈퍼에서 파는 싸구려 빵이 먹고 싶어졌다.



싸구려 빵이라 이름 붙여 미안하지만,

제과점에 진열되어 있었다면 4-5,000원쯤 하는 빵이

슈퍼에서는 반값이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등원 차량을 기다리며 손을 꼭 붙잡고 있는데

자꾸만 싸구려 빵이 생각났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롤 모양으로 된 빵이면 좋겠다고

한참을 생각했다.



아이를 등원 차량에 태워 보내고

곧바로 구멍가게로 뛰어 들어갔다.

평소엔 지갑을 챙기지 않고 나오는데,

오늘은 가게에 포켓몬 빵이 있으면 사주기로

아이들과 약속을 하고 나왔던 터라

빵을 살 돈도 준비되어 있었다.



아까 포켓몬 빵은 없다고 하셨었고,

내가 찾는 롤빵은…… 저기 있다!!!

내 마음대로 맛을 상상하며 4천 원 비주얼의

2천 원짜리 빵을 집어 들었다.

부드럽고 약간은 어설픈 맛의 롤빵과

사이사이의 캔디향이 묻어나는 설탕이 서걱거리는

미완성의 하얀 크림을 상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방부제 다량 함유를 광고라도 하듯

유통기한은 한 달을 훌쩍 뛰어넘는

봄의 끝자락쯤의 날짜가 찍혀 있었다.



포장재를 마구 찢어서 뜯질 않았다.

외과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듯

깨끗하게 씻어놓은 가위로 빵 포장재를 잘라냈다.

그리고 빵 포장 틀을 조심스레 꺼냈다.

하얀 우유를 준비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빵을 하나 집어 들었다.



역시 상상 속에서 만난 빵은 아니었다.

조금 더 퍼석퍼석한 식감이었고,

하얀 크림은 바르다 말았던 게 분명하다.

그래도 한자리에서 네 개나 먹어치웠다.

소화도 잘 못해내는 요즘인데,

허겁지겁 까지는 아니어도

오래간만에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분에 젖어 들어

숨 한번 쉬고 빵 한입 베어 물고를 반복했다.



싸구려 빵이 큰 위로가 되는 아침이다.

내 자존감이 이렇게 낮았나

내가 이렇게 기가 약한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후들거리는 요즘이지만,

작은 빵에서 위로를 얻는다.

스스로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사람이구나.

먹고 싶으면 곧장 사 먹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먹고 감상문까지도 써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늘 단단했던 나무는

거친 풍파에 육중한 몸을 금방 쓰러트려버리지만,

단단했던 적은 없지만

한결같은 갈대는 비바람에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갈대처럼 버텨보자.

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하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고,

자유의지를 충분히 누리며 살 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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