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등교, 등원시키고 문득
슈퍼에서 파는 싸구려 빵이 먹고 싶어졌다.
싸구려 빵이라 이름 붙여 미안하지만,
제과점에 진열되어 있었다면 4-5,000원쯤 하는 빵이
슈퍼에서는 반값이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등원 차량을 기다리며 손을 꼭 붙잡고 있는데
자꾸만 싸구려 빵이 생각났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롤 모양으로 된 빵이면 좋겠다고
한참을 생각했다.
아이를 등원 차량에 태워 보내고
곧바로 구멍가게로 뛰어 들어갔다.
평소엔 지갑을 챙기지 않고 나오는데,
오늘은 가게에 포켓몬 빵이 있으면 사주기로
아이들과 약속을 하고 나왔던 터라
빵을 살 돈도 준비되어 있었다.
아까 포켓몬 빵은 없다고 하셨었고,
내가 찾는 롤빵은…… 저기 있다!!!
내 마음대로 맛을 상상하며 4천 원 비주얼의
2천 원짜리 빵을 집어 들었다.
부드럽고 약간은 어설픈 맛의 롤빵과
사이사이의 캔디향이 묻어나는 설탕이 서걱거리는
미완성의 하얀 크림을 상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방부제 다량 함유를 광고라도 하듯
유통기한은 한 달을 훌쩍 뛰어넘는
봄의 끝자락쯤의 날짜가 찍혀 있었다.
포장재를 마구 찢어서 뜯질 않았다.
외과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듯
깨끗하게 씻어놓은 가위로 빵 포장재를 잘라냈다.
그리고 빵 포장 틀을 조심스레 꺼냈다.
하얀 우유를 준비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빵을 하나 집어 들었다.
역시 상상 속에서 만난 빵은 아니었다.
조금 더 퍼석퍼석한 식감이었고,
하얀 크림은 바르다 말았던 게 분명하다.
그래도 한자리에서 네 개나 먹어치웠다.
소화도 잘 못해내는 요즘인데,
허겁지겁 까지는 아니어도
오래간만에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분에 젖어 들어
숨 한번 쉬고 빵 한입 베어 물고를 반복했다.
싸구려 빵이 큰 위로가 되는 아침이다.
내 자존감이 이렇게 낮았나
내가 이렇게 기가 약한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후들거리는 요즘이지만,
작은 빵에서 위로를 얻는다.
스스로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사람이구나.
먹고 싶으면 곧장 사 먹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먹고 감상문까지도 써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늘 단단했던 나무는
거친 풍파에 육중한 몸을 금방 쓰러트려버리지만,
단단했던 적은 없지만
한결같은 갈대는 비바람에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갈대처럼 버텨보자.
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하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고,
자유의지를 충분히 누리며 살 아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