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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늘 좋은 것에 대하여

by 다니엘라


존경하는, 그리고 친애하는 작가님이 있다.

한참을 글감 전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을 때 무작정 작가님 계정의 브런치를 찾아가 하소연을 해댔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그래서 결론은 글이 안 써진단 말입니다!! 하며 글감 탓, 감성 탓을 주욱 늘어놓았다.

우리가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을 텐데 괜한 글 풀이를 하고 온 건 아닌지 뒤늦게 후회를 했지만 그때는 이미 작가님의 댓글이 대롱대롱 달려버린 시점이었다.

(*글감 전쟁: 글감 전쟁이랑 글감이 안 나와 무슨 글을 쓸지 도통 감이 안 잡히는 시즌을 말함.)



작가님의 답변 중에 기억에 남는 한마디가 있었다. ‘마음 상할 일 없는 늘 좋은 것을 소재’로 글을 써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늘 좋은 것이라니.. 늘 좋은 것이라는 글자를 눈으로 읽어내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선 설렘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글쓰기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곧장 ‘늘 좋은 것’을 찾아 나서고 싶은 마음에 새로운 조급함이 한자리를 차지했다. 즐거운 기대감이었고, 즐거운 조급함이었다.



마음 상하지 않을 늘 좋은 것은 나에게 무얼까?

언제나 늘 좋은 것은 나의 삶이고 나의 가족이며 나의 글쓰기다. 그럼에도 마음 상하지 않을 이라는 수식어 앞에서는 주춤하게 된다. 삶도 가족도 글쓰기도 모두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실과 덜 밀착된 것을 찾아보라 하면 그건 아마도 글쓰기가 되겠지. 그렇다고 책 한 권 출간해본 적 없는 내가 글쓰기에 대해 글을 쓴다는 건 너무나 주제넘는 짓이라 차마 못하겠고...



누군가는 음악을 사랑해서 음악에 대해 글을 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연을 사랑해서 자연을 찾아다니며 멋진 글을 완성해 낸다. 때론 자신이 사랑하는 요리에 대해서도 멋진 글을 뚝딱 지어내는 이가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의 글감 역시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다.

이 모든 소재는 우리의 삶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삶 속에서 즐기고 음미하는 것들일 뿐이다.

그 어떤 것이 늘 좋기만 하랴.

좀 덜 좋은 때에도 그나마 웃으며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마도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늘 좋은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은 '주제넘는' 글쓰기에 대해 글을 썼으니

내일은 '늘 좋은 것이면서'

글쓰기에 관한 것이 아닌 글을 꼭 써봐야지.


그런데 말이지요...

당신에게 늘 좋은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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