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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Jul 07. 2022

육아. 네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좋아하는 것이 많아 행복한 작은 아이다.

눈가에 늘 웃음을 달고 사는 여섯 살 어린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말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간식에 대해서, 좋아하는 동화책에 대해서, 좋아하는 여자 친구에 대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엄마와 형아에게 참 많이도 이야기한다. 오래오래 좋아하던 여자 친구가 최근에 타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서 여자 친구 이야기는 뜸해졌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아이의 표현은 끊이질 않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가족과 공유한다는 것은 여전히 아이에게 가족이 가장 큰 세계라는 뜻과 같다. 초등학생쯤만 되어도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을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비밀스럽게 공유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가족보다는 친구들 쪽으로 작고 소중한 것들을 공유하는 범위를 좁혀가기도 한다.



작은 아이는 부쩍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스스로 그리고 색칠한 뒤 가위로 자르고, 마지막엔 손 코팅 용지로 코팅까지 해서 가족들에게 작품을 나누어 준다. 아이의 네 살, 다섯 살 시절의 꿈은 요리사였다. 그리고 여섯 살이 된 지금은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란다. 아이는 매일 저녁 부지런히 그림을 그린다. 컬러링에 진심이고, 그림을 그릴 때 눈이 있는 생명체는 눈동자의 위치를 흐트러짐 없이 잡는 것에 집중을 한다. 형이 공부를 하는 저녁 시간엔 대여섯 살 어린이가 따라 쓰고 색칠할 만한 어린이 학습지를 사다가 작은 아이도 형과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었지만 아이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정제된 학습지를 매뉴얼대로 따라 하는 일은 자연으로부터 온 우리 인간들이 적응해 나가는 데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한글은 선교원에서도 학습 중이고, 셈 놀이는 길을 가며 집에 앉아서 입으로 손으로 이미 재미있게 하고 있으니 학습지는 우선 덮어 두었다.  

 


첫째 아이와 달리 작은 아이는 ‘ 그리지?’ 하며 엄마에게 고민을 공유해  적이 별로 없다. 혼자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가 슥슥슥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그림을 그리거나 만화 캐릭터들을 그려낸다. 그려온 그림을 가족들 앞에 자랑스럽게 내밀며 작품 설명을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이는 매일 저녁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을 꼬박꼬박 해낸다. 한 시간이고 한 시간 반이고 질리거나 지치는  없이 묵묵히 그리고 칠하고 오려낸다.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인 것이다.


아이가 그린 그림들



작품의 완성도나 실력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아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엄마인 나도 함께 즐거워진다. 억지로 앉혀놓고 집중해서 시켜야 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가 힘을 뺄 일도 없다. 아이를 통해 육아의 단면을 살피는 기회를 얻는다. 아이의 성장 시기에 따라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일도 필요함을 깨닫는다. 잘 알고 있지만 쉽게 잊히는 부분이다.



이전보다 학교 공부의 비중이 커진 열 살 난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길지 않은 저녁 시간 동안에 학습 교재를 들여다보는데 온통 시간을 쏟게 만든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조립을 좋아하고 재미있는 책 읽기를 좋아하던 아이는 이제는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해야 할 일을 전부 내려놓을 수는 없겠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시간의 조정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도록,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해 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엄마의 입에서 “제발 좀 해라.”가 아닌 “그래 한번 해봐.”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아이들과의 시간을 꾸려내고 싶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해 주는 엄마,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지지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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