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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Jul 09. 2022

육아. 뭐든지 처음은 어려운 거야



아들 둘을 키우며 아이의 불안감을 다루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아이를 키워보면 알겠지만 육아는 변수가 판을 치는 프로젝트이기에 육아서에서 익힌 지식을 실전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과 겪고 당하며 눈치코치로 배우고 다듬어져 가는 게 진짜 육아인 것이다.

오늘도 진짜 육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른 새벽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작은 아이가 기겁을 하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엄마를 부른다.


“엄마 엄마! 엄마아~!”


아이는 자기가 자고 있는데 코피가 줄줄 나왔단다. 피 묻은 한쪽 손을 내밀어 보이며 또 다른 한쪽 손은 피 묻은 이불을 가리킨다.


“엄마 이불에 묻었어. 엄마 이불에…”


네 살 많은 형님이 코피를 흘리는 것은 봐 왔지만, 자기 코에서 피가 흐르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는 작은 아이는 기겁을 하며 엄마의 도움을 기다린다.

처음 겪는 일이 당황스럽고 무서운 모양이다.

핏자국이 선명한 손이 낯설게 느껴지는 눈빛이다.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며 잔뜩 웅크린 아이를 다독인다. 아이의 코에 길쭉하게 휴지를 말아 넣어주고 손을 정성스럽게 씻어주며 계속해서 괜찮다는 말을 해준다.

형도 엊그제 코피가 났던 걸 보지 않았냐며 형아와의 동질감을 슬며시 심어주는 방법으로 아이를 안심시킨다. 형아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아이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아아, 그랬었지. 형도 그랬었지.’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쓸어 닦는다.

잠시 후 아빠까지 합세해 괜찮음을 상기시킨다. 아빠가 코에 휴지 넣는 건 전문가라며 오히려 아이와의 놀이를 시도한다. 아이는 서서히 불안을 떨쳐내기 시작한다.

 


아이는 처음 겪는 일에 늘 서툴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엄마도 처음 겪는 많은 일들 앞에서 동공을 흔들어대곤 한다.

아이를 키우며 엄마도 함께 자라 간다.

함께 불안을 다루고 함께 다듬어져 간다.

육아도 성장도 처음은 어렵기 마련이다.



아이의 코피 덕분에 엄마는 아이의 불안을 다루는 법을 또 한가닥 배워간다. 아이를 키우는 하루하루가 소중한 수업의 현장이다. 익숙한 일보다는 허둥지둥 대는 일이 더 많은 육아의 현장이지만, 이 현장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삶을 선물해 준 아이들이 있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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