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도 애기를 참 좋아하는 갑다

by 다니엘라


들키고야 말았다.

수요일마다 아파트 후문에 등장하시는 순대 아주머니께 결.국.들.키.고.야.말았다.


오래 간만엔 마주한 얼굴로 건넨 첫마디는

“신발에 와그리 돈을 쳐발랐노?”

(크록스 샌들에 뭘 그렇게 주렁주렁 달았니?)


“아아, 이거요? 크크큭. 예뻐서요.”


그리고 두 번째로 건넨 말은

“엄마야아~, 근데 니 셋째 보나?”

(셋째 임신했니?)


출산 50일을 남겨두고 순대 아주머니께도 들키고야 말았다. 뜨거웠던 여름, 한동안 안보이셔서 궁금했던 차였는데, 지난주 작은 아이를 픽업하러 갔다가 눈앞에서 딱 마주쳤다. 날이 너무 더워서 순대, 만두를 찾는 사람이 없기에 몇 주 쉬다가 나오셨단다. 어쩐지 동네가 조용하다 했다.

워낙 터프하시고 거침없이 말을 하시는 분이라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내심 궁금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말로 나 대신 임밍아웃을 해주신다. 씩씩하시다.


매주 수요일 짤막하게 만나는 우리 사이지만,

그리고 가끔은 우리 꼬마 손을 붙잡고 만두를 사는 나는 고객, 아주머니는 사장님이지만 우리는 수요일 오후 말동무 이기도 하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순대 이야기,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등 매번 주제는 다양하지만 이야기가 그렇게 길어지는 편은 아니다. 그냥 아주머니의 시원시원한 말투와 탁 트인 목소리가 좋아서 무슨 말씀을 꺼내셔도 즐겁게 반응을 해드린다.


그리고 이번 주 수요일.

셋째 임신 사실을 아시고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오신다.


‘대단하다. 애국자다. 진짜 애국한다. 존경한다.’

까지… 순대 아주머니가 해주실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퍼부어 주셨다. 그러고 덧붙이시기를.

“니도 애기를 참 좋아하는 갑다.”


‘애기를 좋아하는 갑다…애기를 좋아한다. 좋아한다.’

그랬다. 아주머니께서 제대로 보신 거다.

여지껏 내 입으로 아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한 적도 없었고, 아기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아주머니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로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셋째를 가진 이유도 특별히 애국을 위한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었고, 조 씨 집안에 탄탄히 대를 이어 주기 위함 또한 아니었고, 실수로 생긴 아기도 아니었다. 좋아서, 아이가 좋아서 한 명 더 낳기로 했던 것이다.


아이 둘을 키우며 숱한 고비를 넘겼다.

눈물 없이는 견딜 수 없는 날도 있었고, 내가 웬수인지 아이가 웬수인지 몰라서 속앓이 했던 날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에 못지않게 아이들의 눈빛만 마주쳐도 사랑에 빠지는 날들과, 살갗만 스쳐도 행복이 흘러넘치는 날들이 지금껏 이어져왔다.


이 모든 감정의 견딤과 누림은 그저 태곳적부터 부여받은 모성 덕분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남들도 가진 딱 그만큼의 모성이 나와 내 가족을 꾸려내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게는 아이들을 조금 더 좋아하는 마음이 존재했던 것이다. 아이를 좋아한다는 말이 곧 육아력이 더 높거나 더 잘 해낸다는 말은 아니지만, 육아를 기꺼이 즐거워할 마음은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나와 탯줄을 나눈 내 아이니까 한 생명 키워내지 못할 부모야 없겠지만, 어쨌거나 더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아기를 참 좋아하는 엄마다.

그리고 아이를 참 예뻐하는 엄마다.

덕분에 우리 곁에 세 번째 천사가 찾아왔고 세 번째 육아도 잘 견디며 누려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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