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나의 오랜 친구 새우깡에 대하여...
“손이 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가
아이손, 어른손 자꾸만 손이가
언제든지 새우깡 어디서나 맛있게
누구든지 즐겨요~~
농심 새.우.깡.”
며칠 전,
아이들을 일찌감치 재우고
남편과 나란히 엎드려 책을 읽는데,
입이 심심해져 오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신호를 보냈다.
찡긋!
눈치가 약한 남편은 곳간에서 생라면을 가져왔다.
나는 또 한 번 찡긋!
그제야 남편은 바스락거리는 바람막이를 주섬주섬 챙겨 입고 집을 나서며 물었다.
“늘 먹던 걸로?”
“네 부탁해요.”
잠시 후 남편은 본인 취향의 초록색 과자 한봉과
새우깡 한봉을 손에 쥐고 위풍당당하게 집으로 들어섰다.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과자 봉지를 뜯었다.
그런데,
‘어라....’
평소보다 강한 바다내음이 몰려왔다.
수십 년간 먹어온 새우깡이라
어느 정도의 바다향기는 늘 각오를 하고 포장을 뜯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달랐다.
코 끝에 와 닿는 느낌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에도 늘 바다내음과는 달리
고소했던 새우깡 맛을 기억하며
과자를 두 개 집어 입속으로 던져 넣었다.
“앗 ##@%#)3)(*$&%......!!!”
하며 새우깡을 뱉어냈다.
정말로 생선의 비릿함이 너무너무 강하게 느껴졌다.
평소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도 시식을 권해보았다.
남편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곧바로 과자는 뱉어내고,
과자 포장지의 입구를 잘 말아 넣어 테이핑 했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냉동실로 일단 보냈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농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국민과자 ‘새우깡’은 오랜 나의 친구다.
내 몸을 이루는 간식 세포의 절반은
새우깡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릴 적 엄마 손을 붙잡고 슈퍼에 가면
한참을 망설이다 늘 마지막엔 새우깡을 선택했었다.
그리고...
나의 여고생 시절,
경기도 안양의 큰 고모댁에서 숙식하며 학교를 다녔었다.
수도권 입성의 꿈을
너무 어릴 적부터 꿔왔던 나의 별난 고집이 그 이유였다.
비평준화 시절-
포항의 1순위 인문계 여고를 입학하고서도
먼 산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1년 간 부모님을 참깨 볶듯이 달달달 볶고,
수필집 같은 긴긴 편지를 건네고서야
수도권 입성의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연세가 많으신 고모께
다시 한번 수험생을 키우는 수고를 얹어 드렸다.
아이 둘을 낳아 기르는 지금에 와서야,
그때의 고모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알 것 같다.
그때의 고모는 참 대단하셨다.
그리고- 참 감사했다.
그 시절 고모는 나에게도 방을 한 칸 내주셨는데,
나는 그 방에서 온전한 자유를 누렸다.
고모댁에선 나에게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내 방에서 누리는 자유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그 자유의 상징은
세 번째 서랍 속 ‘몰래 숨겨둔 과자’였다.
그리고 그 몰래 숨겨둔 과자에는
한 번도 새우깡이 빠진 적이 없었다.
조용히 방문을 걸어 잠그고 소설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며,
세 번째 서랍의 과자를 하나하나 꺼내 먹곤 했다.
그게 뭐 그렇게 감출 일이었다고,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진땀을 뺐다.
그리고, 멕시코 교환학생 시절.
엄마 아빠는 나의 생일이 있는 4월에
한국에서 국제 우편을 보내주셨다.
몇 주 만에 받은 택배박스 안에는
‘나의’ 새우깡이 두 개나 들어 있었다.
나의 길고도 짧은 삶의 현장 곳곳에서
새우깡은 나와 함께 했다.
그런 새우깡에서 수상한 맛을 느낀 나는 덜컥 겁이 났다.
혹여나 새우깡 맛이 변해 버린 것은 아닐지.
그리고 생산공정의 사고로 문제가 생겨 새우깡이 당분간 생산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걱정과 애정을 담아,
다음날 오후 농심 본사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사정을 이야기했다.
친절한 고객센터 직원분은
나의 새우깡을 방문 택배로 수거해 주신다고 하셨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과자를 몇 개 보내드려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셨다.
전형적인 AB형의 계산적인 나는 대뜸...
“저어, 제가 손해를 본건 새우깡 하나만큼인데,
보내주시는 과자를 받아도 되는 건가요?”라고 물어봐버렸다.
고객센터 직원분은 웃으시며
과자의 개수와 종류까지 알려주셨다.
아마도 부담 없는 개수이니 받아도 괜찮을 거라는 말을
돌려서 하시는 것 같았다.
냉동실에 있던 나의 새우깡은 그렇게 이틀 후
농심으로 반송되었고,
‘내가 받아도 되는지 확신이 안 섰던 과자’는
우물쭈물 거리는 사이 우리 집 문턱을 넘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선물을 받은 양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농심에서 주신 과자를 그냥 감사히 먹기로 했다.
애정을 가지고 자주 먹던 새우깡 맛의 변질을 의심하고,
조심스레 농심으로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그들의 친절하고 신속한 대처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문제의 새우깡에 대해..
검사 후 결과 통보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농심에서
나의 과자, 그리고 국민의 과자 새우깡 본래의 맛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켜주시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오늘 다시 새우깡을 한봉 더 사서 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