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 그 기분 좋은 전염.

7화. 남편과 나의 꾸준함에 대한 이야기.

by 다니엘라



남편과 연애를 막 시작하던 그때,
우리 커플이 삼시 세끼 밥을 차려 먹듯
매일매일 반복하는 일들이 있었다.


매일 아침 모닝콜,
그리고
퇴근 후 옥수수 수염차와 함께 한
남편의 에스코트.


그 당시 남편은
새벽 다섯 시쯤 아침을 열고
여섯 시가 채 되기 전 회사에 도착을 했다.


그는 회사에 도착을 해서
전화 중국어와 전화 영어 수업을 듣고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잠시 통화를 했고,
남편은 통화 후에
회사에서 테니스 레슨을 받았다.
그리고 출근 시간에 즈음해서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퇴근시간은 늘 내가 더 늦었다.
워낙 야근이 많은 직종이었고,
일은 늘 긴박하게 돌아갔다.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퇴근길에 오를 수 있었다.


그때마다 남편은
회사 근처에 주차를 하고 야구를 보거나
책을 보며
매일같이
나를 기다려 주었다.


우리가 만난 지 8개월 여만에 결혼을 했으니 망정이지
그게 더 길어졌다면
남편이 병이 났거나
내가 회사를 뛰쳐나왔거나
둘 중 한 가지 일은 벌어졌을 것이다.


우리의 만남 가운데
변치 않는 루틴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공이 컸다.


남편은
꾸준히 묵묵히 계획대로 해 나가는 데는 도사였다.

전화 중국어는 그당시 거의 4년째 수강 중이었고,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수강을 하고 있으니
내년이면 12년이 된다.

그리고 테니스는 울산으로 이사오며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내려놓게 되었지만,
그 또한 수년간 남편이 지켜낸 습관이었다.


연애의 시간이 길지 않아
서로를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나면
남편이 많이 변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다행히 남편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했다, 그는.


새벽같이 일어나 집에서 전화영어 전화 중국어를 했고,
아침마다 같이 출근을 했다.
그 당시 우리의 직장은 같은 삼성역에 있었고, 큰길을 하나 건너면 서로를 곧장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결혼 후에도 계속되는 야근에
남편은 일찍 퇴근한 날은 먼저 집으로 갔다가
다시 나를 데리러 와 주었다.


그리고 울산으로 이사 와서
아이가 둘이 된 지금도 남편은 네시 반이면 눈을 뜬다.
전화 중국어, 독서, 회계공부, 영어공부,
그리고 자전거 타기까지
빡빡한 일정으로 움직인다.
(물론 그 모든 걸 매일 하지는 않는다. 전화 중국어와 리얼 클래스는 매일)
일주일에 두세 번은 새벽기도회에 참석을 하고
출근 전 20여분을 남겨두고는
설거지까지 하고 집을 떠난다.


누가 보면 슈퍼맨인 줄 알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그는 철인도 아니고,
오히려 인간미가 풀풀 날리는 사람이다.
일주일에 사나흘은 저녁 아홉 시부터 눈이 풀린다.
어디든 머리만 대면 잠이 든다. ㅋㅋ


어쨌거나
남편의 꾸준하고 열심인 삶의 태도는
나에게 자극도 되고,
가끔은 열심인 그 삶이 질투 나기까지 했었다.
‘대체 뭐 땜시 그렇게 극한으로 사는 건지...’
하면서 말이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훈련이 되었던 건지,
시간이 나면 책 읽는 것만 좋아했던 나도
남편의 설득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방 내 몸이 그 습관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인증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 역시 글쓰기를 하루도 빼먹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편이 알려준 한 가지 법칙을 기억하며
글쓰기를 실천했다.
그건 바로
‘로켓 스타트’
눈을 뜨자마자, 혹은 자정을 넘어서자마자
그날 인증해야 할 일을
먼저 시작해 버리는 습관을 가지라고..


그 로켓 스타트 덕분에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도
내 몸과 마음이 키보드 앞에 먼저 가 있게 되었다.


좋은 글이든 좋지 않은 글이든
아침이면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써내게 되었다.


얼마 전 남편은 리얼 클래스의 1년 프로젝트를 완주했다.
그리고 처음에 걸었던 상금을(세금 제외) 되돌려 받았다.


나는 그런 남편을 지켜보며
멋지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고,
때론 ‘혼자만 잘난것 같은’ 남편에게 샘을 내기도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결국 남은 것은
‘나도 해야겠다.’였고,
실제로 나도 해 나가고 있다.


누군가는 가끔 나를 보며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고 한다.
그런데,
나 말고도
그리고 나보다도 훨씬 더
피곤하게 사는 분들이 많다는 걸 요즘 보고 느낀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안다.


남편의 꾸준함 덕분에
이제 나도 꾸준함의 ‘ㄲ’ 정도는 알 것 같다.


꾸준함을 지키기 위해서는
늘 피곤함 비슷한 것이 동반되지만,
이것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꾸준함,
이 기분 좋고 긍정적인 전염을
나도 누군가에게 나누어주고 싶어

나는 오늘도 ‘피곤함’을 선택하며 하루를 연다.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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