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코로나시대에 추석연휴를 앞둔 며느리의 마음.
추석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전과 같으면,
시댁과 친정으로 향할 때 무얼 챙겨갈까 행복한 고민과 설렘에 빠져 준비를 했을 텐데, 이번 명절은 설렘이 쏙 빠진 기분이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서,
그리고 공공안전경보 메시지를 통해서도
이번 명절만큼은 ‘가족을 위한 비대면 모임’을 권장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
요 며칠간은 이틀에 한번 정도 비슷한 내용의 공공안전경보 메시지를 받고 있다.
울산시에서도 이동을 제한하거나 가족 간의 모임을 금지시키지는 못하지만, 이번 추석은 집에서 쉬기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 메시지를 보내온다.
나 역시 이번 명절의 모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편이었다.
시댁은 서울, 친정은 포항 인 데다 친정어머니는 여전히 한 달에 한번 항암 치료를 받고 계셔서 면역력이 낮으시다.
게다가 아이들이 아직 어려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는 면역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내심 시부모님께서
“이번 명절은 줌(zoom)으로 하자!”
까지는 아니어도,
사람들이 많이 이동할 수 있는 명절 지나고
언제 한번 모이자는 말씀을 먼저 해 주시길 기다렸다.
사실 우리 시댁이나 친정은 모두 기독교 집안이라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가족끼리 모여 그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 케어는 주로 남자분들이 맡아 주시니
명절 여행은 늘 즐거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명절만큼은
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나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이동을 하는 중
바이러스를 마주할 수 있기에
그로 인한 결과가 많이 두려웠다.
내가 코로나에 걸려서
나 혼자만의 고통으로 끝이 나면 상관없지만,
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때문에
나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코로나 검사를 받고,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잘 용납되지 않았다.
게다가 나, 혹은 아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경우 말 그대로 생이별을 해야 할 텐데,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 생각하니 서울 시댁에 가는 것 자체가 덜컥 겁이 났다.
그럼에도 칼자루는 우리에게 쥐어져 있지 않기에,
추석 명절 기차표를 예매하기 이전에
시부모님께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 주시길 기다렸다.
그러나 통화를 할 때마다
아버님은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
그리고
“우리 요한이 이삭이 너무 보고 싶네.”
하셨다.
이전의 글 한편에서도 소개를 했었지만,
나는 양가 부모님들과 자주 전화를 하는 편이다.
그런데 몇 주간 통화를 해도
“오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씀은 꺼내지 않으셨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를 들려주셨다.
내가 너무 과장되게 걱정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지 마라.”는 말씀을 먼저 꺼내 주시지 않으시는 시부모님에 대해 약간의 섭섭함마저 느껴졌다.
우리 아이들이나 우리 가족의 걱정을 넘어
우리와 만나게 될 당신들과 도련님 가족의 건강마저도 크게 마음을 쓰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사실은, 걱정을 안 하신다기보다는
‘당연히 안 걸리겠지.’ 쪽으로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다.
남편 역시, 코로나를 너무 겁낼 것이 없다는 의견을 펼쳤다. 마스크 잘 쓰고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 별일 없이 잘 다녀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모두의 평화를 위해
‘서울 시댁행’에 동의를 했다.
단, 자차를 이용한 이동만 동의하겠다고 했다.
휴게소는 어지간하면 들르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아이들은 소변통을 준비하고
아이들이 자는 시간을 이용해 이동을 하기로 했다.
시부모님과 통화를 하며 자차로 가겠다는 말씀을 드리자 그때부터 아버님은 새로운 걱정을 시작하셨다.
운전해서 오기 힘들 텐데 어떡하냐고...
그래서 지금은 운전을 해서 가는 것을 받아들이시도록 설득 중이다.
민족의 대 명절 추석에
가족이 모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평생 동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신 6.25 전쟁을 살아서 겪으신 분들이다.
처음에는 우리의 안위를 걱정해 주시지 않는 것이
섭섭하기만 했는데,
그분들의 삶과 지나온 과거를 되짚어보니
시부모님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1. 가족이 모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2. 그리고 조심하면 걸리지 않는 것이 바이러스다.
그래서, 나의 걱정과 고민은 잠심 미루어 두기로 했다.
다음 주 우리 가족은 자가용을 타고 서울을 향해 첫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
휴게소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들르지 않기로 하고,
서울에 도착해서도
시댁과 놀이터를 제외한 곳은 가지 않기로
남편과 단단히 이야기를 나누어 두었다.
코로나 시대라는 지극히 비 정상적인 사회 현상이 이제는 오히려 정상 취급을 받고 있다.
적어도 올 한 해, 혹은 내년까지도 마스크가 일상이 되고, 만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계속될지 모른다.
어렵지만,
시대에 맞추어 조심은 하되
또 나에게 칼자루가 쥐어져 있지 않을 때는,
지혜롭게 어른들을 따르며 이 시간들을 지나 보려 한다.
(불평은 좀 했지만 말이다..ㅎㅎ)
오늘도 명절을 어찌 보낼지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칼자루를 쥔 분께 그 결정을 못 이기는 척 맡겨 보는 것이 어떨지 조심스레 의견을 건네본다.
우리 모두의 명절이
안전하게, 그리고 조심하되
즐거운 시간들로 가득 차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