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내게 맡겨진 너희를 온전히 믿는 일.

by 다니엘라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욕심은 애초에 내려놓았다.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는 엄마,

아이를 믿어주는 것으로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주는 엄마,

딱 두 가지 만이라도 해내는 엄마가 되기로 했다.



좋은 엄마라는 건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A부터 Z까지 전부 잘하려고 애를 쓰다 보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을 십 년쯤 육아를 해보며 살살 깨달아지는 일이라 이제는 할 수 있는 것만 잘해보기로 했다.



첫째 아이의 3학년 두 번째 담임 상담이 있었다.

1학기 때는 담임 선생님께서도 아이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셨고, 서로가 나눌 대화가 그리 많지 않던 때라 상담은 짤막하게 막을 내렸다.

그리고 아이와 선생님이 반년쯤 함께 한 뒤인 2학기 상담.

상담 전에 어떤 대화를 나눌지 미리 메모를 해 두었다.



1. 지난 학기에 대한 감사 인사.

2. 아이의 학교 생활에 관한 질문

3. 우리 아이에 대한 이야기 - 좋은 점들을 위주로

: 다정한 아들입니다. 마음이 따뜻합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합니다.

4. 아이가 독서를 좋아하는데 학습 만화를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학습만화를 일정 비율로 읽히는 것이 해가 되지는 않을지?

5. 집에서 조금 더 신경 써 주어야 할 부분에 대한 질문



이번 학기는 상담 예정 시간인 20분을 꽉 채웠다.



장난기는 많지만 덩치에 비해 겁도 많고 소심한 면이 있으며 인정욕도 강한 아이라 지난 2년 간의 상담에서는 비슷한 평가를 받았었다. 수업 시간에 잘 앉아 있고, 자기 할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비교적 모범생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3학년 2학기의 상담에서는 뒤에 앉은 친구와 수다가 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난꾸러기 이기도 하지만 9월에 들어서며 수업시간에 종종 방해가 될 정도로 수다를 떨곤 한다는 것이다. “이삭이는 눈치를 좀 봐가며 덜 하는 편이긴 한데, 뒤에서 친구가 쿡쿡 찌르면 곧바로 대화에 동참을 하네요. 자리 배치가 바뀌고 나서부터인 것 같기도 하고….” 하며 아이의 문제 행동을 지적해 주셨다.

수학은 잘 하지만 국어 시간에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것도 너무 수줍어하고 어려워한다고 자신감을 키워주면 좋겠다는 말씀도 하신다. 그럼에도 듬직하고 따뜻한 아이라는 말씀은 아끼지 않으신다. (큰 위로는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ㅋㅋ)



남자아이를 키우며 상 모범생이 아니고서야 좋은 소리만 듣길 기대하진 않았지만, 작은 꼬투리라도 이미 잡혀버린 아들이 엄마 속을 쓰리게 한다. 학창 시절에 내가 못마땅해 마지않던 ‘수업 방해 죄’를 저지르던 남학생이 지금의 내 아들의 모습이 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믿기지가 않았지만 믿어야 했다. 그게 현재 우리 아이의 상태이니.



선생님과의 상담 전화를 마치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건 몰라도 수업을 방해할 정도로 속닥 거리는 건 따끔하게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속상하긴 했지만, 선생님 덕분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실들을 알게 되었으니 감사하기로 했다.



그날 밤.

아이와 잠자리에 누워 대화를 나누었다.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어떤 대화를 했었는지에 대해.

그리고 수업 시간에 떠드는 행동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본인에게도 타인에게도 해가 되는 행동임을 아이에게 인지시켜 주었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마무리를 짓는데 아이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 없이 훌쩍인다.



아들아 왜 그래?

하며 묻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인정욕이 강한 아이라 본인이 누군가를 실망시켰다는 데 대해 어지간히도 속상한 모양이다. 부끄럽고 화도 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 벌어진 사실만큼은 바뀌지 않는다.



아이를 가만히 토닥였다.

“괜찮아. 선생님이 이삭이가 참 듬직하고 따뜻한 아이라고 하셨어. 수학도 참 잘한다고 하셨어. 하지만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것은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 선생님이 엄마에게도 알려주신 거야. 선생님도 걱정이 되어서 알려주신 거야. 너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이삭이의 행동이 변화되었으면 좋겠어서 말씀해 주신 거야. 고맙고 감사한 거야. 그리고 엄마랑 아빠는 이삭이가 이제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으니까 하지 않을 거라는 걸 믿어. 괜찮은 거야.”

아이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아이에 대한 믿음을 재차 다져본다.



잠시 후 아이는 안정을 찾았는지 편안히 꿈나라로 향한다. 잠든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아이를 오래오래 믿어주기로 약속한다. 선생님의 평가는 아이의 현재의 상태일 뿐, 아이의 지속적인 속성이 될 수는 없기에 너무 무겁지 않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잘못된 행동은 바로 잡되 너무 무겁고 길게 다루지는 않기로 한다. 믿고 믿으며 어려움을 공유하기로 한다. 잘 해내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자녀를 위한 기도를 쉬지 않기로 한다.



내 아이는 내가 믿어 주어야 한다.

타인의 평가는 겸허히 받아들이되 아이를 믿고 키워주는 역할은 부모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내 아이를

사랑해주고

믿어주는 일을

오늘도 변함없이

지속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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