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매일 글을 쓰곤 했다.
뭐라도 쓸거리가 생각나면 글로 옮겨 적었고,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메모해 두었다가 기록했고,
쓰고 싶은 기분이 드는 날이면 주저하지 않고 써 내려갔다.
아이들을 돌보고,
파트타임이었지만 일터에 나가 일을 했고,
집안도 살금살금 돌봐가며 새벽에 짬을 내서 글을 써 왔다. 늘 시간에 쫓겨 빠듯했지만 글 쓰는 마음이 유지되었고, 덕분에 재미있게 글쓰기를 이어왔다.
그리고 7월 말,
생각보다 몸이 힘들어 조금 이른 퇴사를 했다. 출산 준비도 하고 몸을 보호하기 위한 나름의 조치였다. 일을 내려놓으며 집에서 쉬는 동안 전업 작가분들이 하듯이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지금껏 써 놓은 글들 중에 목차로 엮을 수 있는 것들을 엮어 출판사에 기고를 한번 해볼까도 생각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글쓰기에 대한 의지도 있었다.
8월 초 드디어 일을 내려놓았다.
안타깝게도 조산의 위험이 감지되어 한 번의 입원과 한 번의 절대 안정 권고를 받으며 몸에는 쉼을, 마음에는 느슨함을 부여했다. 의지적으로 느긋하게 지내려는 마음을 품었다.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쉬는 일 말고는 대부분의 일을 멈추었다. 글쓰기를 포함해서…
8월 말을 기점으로 임신은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되었다. 일상이 되돌아왔고 여전히 여유도 주어졌다.
여유가 주어지니 이제는 밀린 집안일들과 정리되지 않은 집안 곳곳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가정주부라는 직업병이 스스로를 가만 두지 않았다. 틈날 때마다 정리에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글쓰기는 또 한 발 짝 뒤에서 서성여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여유 있는 두 달 여의 시간을 보냈다.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여유 있는 시기를 보냈다.
그럼에도 글쓰기에 집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여유와 글쓰기를 이어가는 것 사이에는 딱 떨어지는 상관관계가 없음을 스스로를 통해 증명해냈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여유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글쓰기가 잘되는 편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증명해 보였다. 의지박약 인증인 셈이다.
글쓰기는 시간적 여유보다는 촉촉한 감성과 마음의 여유가 앞서야 함을 느낀다. 거기에 환경설정까지 단단히 해두면 매일 글쓰기는 숨쉬기만큼이나 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보아도 환경설정만큼이나 글쓰기에 확실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직까지 발견해내지 못했다. 매일 글쓰기 챌린지 라던가 시간표처럼 시간을 뚝딱 정해놓고 글을 쓴다던가 하는 환경설정을 해두면 뭐라도 쓰게 되어있다.
물론 몇 년째 글쓰기를 하며 아직도 ‘뭐라도 쓰고’ 앉아 있으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일단 쓰는 행위 자체는 지속될 테니 환경설정은 글쟁이의 피할 수 없는 동반자랄까.
약 두 달간을 빈둥거려보며 관찰한 결과는 또렷하게 드러났다. 시간이 많고 여유롭다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넉넉한 독서를 통해 감성을 채우고, 환경설정을 통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만 글쓰기도 지속 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이제 알게 되었으니, 뭐다?
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