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엘라 Sep 16. 2020

미니멀. 먼지야 잘 가.

아이를 알레르기를 위해 환경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첫째 아이는
환절기에 주로 기침을 한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건조해진 코가 간지러워 손가락이 한가할 날이 없다.

비염 알레르기 때문이다.

코로나 재확산 시기와
우리 아이의 기침이 시작되는 시기가 교묘하게 겹쳤다.


학교에서도
아이가 알레르기로 인한 기침을 하는 것을 알고는 계신다.
하지만 공식화된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 한 보건 선생님의 입장도 곤란하다.


그래서 지난주 아이의 알레르기 검사를 받았다.
그냥 봐도 비염은 맞지만,
정확한 원인이 무엇이 있을지를 찾아보는 일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이의 알레르기 검사 결과지가 나왔다.


진드기 2종과 자작나무(쉽게 말해 꽃가루) 알레르기 수치가 눈에 띄게 높은 수치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는 집먼지와 (의외로) 사과, 계란에도 조금씩 알레르기가 있었고... 고양이(?) 알레르기도 낮은 수치이지만 보유하고 있었다.


진드기와 집먼지라...
아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지내는 환경을 개선해주는 일이었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공간은 안방.
안방에는 우리 부부의 침대와 아이의 침대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고, 그 옆의 안쪽 벽에는 붙박이 장이 설치되어 있다.


침대 두 개가 안방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네 식구가 누워 이불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한방에서 밤새 잠을 잔다.
침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먼지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만히 있질 않고 침실에서 뛰고 구르다 보니... 먼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기도 하다.


거의 매일 로봇 청소기 터보가 침대 밑을 들락거리지만,
우리 아이들이 먼지를 뿜어내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를 테니
터보는 종종 헛일을 할 때가 많다.


그리고 붙박이장.


붙박이장은 우리가 이사 오기 전에 살던 분들이 설치를 하신 것이다. 혹은 그 전 분들일 수도....
그래서 사실은 붙박이장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붙박이장이 무엇을 품고 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말 유감이다. ㅠㅠ


먼지나 진드기에 대해서는 (골치가 아파서인지, 피하고 싶어서인지) 일부러 생각을 접고 들어온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정말 냉정해질 때가 왔다.


그리고 현재 붙박이장을 채우는 것들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들을 먼저 걸러 내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아이에게 가장 해로운 털인형들.


우리 아이들, 그중에서도 첫째 아이는 인형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중간에 한 번씩 버리고 정리를 했는데도 여전히 많다.
그래서 아이들과 합의를 봤다.
아이들이 아끼는 인형들이지만,
이 털들과 진드기들이 형에게 많이 해롭기 때문에 인형들은 모두 버리자고...
그 대신 정말로 원하는 인형 딱 하나씩만 다시 사서 자주자주 빨아서 쓰기로 약속을 했다.


작은 아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했지만,
큰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토순이는 똑같은 거 안 팔잖아. 포 패트롤은 한국에 없어. 피카츄는 어쩌지..”


아이의 슬픈 마음이 내 마음 구석구석까지도 전달이 되었고, 사실은 공감도 되었다.
아이만큼이나 나에게도 애착이 된 인형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리를 해야 할 때.


아이를 보드랍게, 그리고 한참을 달랬다.
아이는 진정되었고,
금방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뛰어다니며 먼지를 피웠다.


그사이에 인형들도 종량제 봉투에 담아,
“안녕!”


침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아이들과 분리를 하게 되었다.
물론 두 아이 모두 잠들 때까지 비좁은 침대에 함께 누워 보초를 서야 하지만, 아이들도 우리도 조금 더 쾌적해진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공부방겸 옷방이 아이들의 침실로 변경되었다.


좋은 일은 아니지만,
아이의 먼지/진드기 알레르기로 인해 우리 집은 완전히 변신 중이다.


이왕 이렇게 하는 거 벽지도 다시 하고 싶고 모든 것에 손을 대고 싶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최소한의 것을 정리하기로 했다.


정리를 하며 민낯을 드러낸 우리 집은 여전히 물건들이 넘쳐난다. 필요한 것 그 이상의 것들이 집안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하나하나 천천히 비워내기로 했다.


미니멀이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가족의 건강과 삶의 쾌적함을 위해
오늘도 조금씩 비우고 정리를 하는 중이다.


그동안 잘 지냈던 물건들은 잘 보내주고,
남은 물건들은 단정하게 정리를 할 예정이다.
오래오래 묵어있던 우리 집 먼지도,
이제는 조용히 보내줄 때가 되었다.

잘 가라 너도, 먼지야.




작가의 이전글 육아. 아이들과 추억을 나누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