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둥이 엄마는 매운맛 육아 중
생후 4개월 차를 맞은 우리 집 막둥이가 설 연휴를 전후로 모세 기관지염을 호되게 앓았다. 엄마인 나는 아이를 대신해 아파줄 순 없었지만, 아이가 아픈 만큼 몸과 마음이 고된 시간들이었다.
아이는 모세 기관지염을 앓고 난 뒤로 조금 더 엄마 손을 필요로 했다. 더 많이 안아주기를 원했고, 더 짧은 시간 낮잠을 잤고, 밤잠에 들어서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며칠 전부터 밤잠을 재우려고 하면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며 버텼다. 잠이 들었나 싶어 눕히면 눈을 반짝 뜨고는 다시 울기 시작했고, 공갈젖꼭지가 없이는 입면조차 하지 못했다.
밤 아홉 시 반에서 열 시 사이에 잠이 들면 새벽 다섯 시 반에서 여섯 시까지 통잠을 자던 아기는 온데간데없어졌고 아이는 해가 뜰 때까지 세 번쯤은 큰 울음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수유로 금방 잠이 드는 것도 아니고 새벽에 눈을 뜨면 수유를 하고 나서도 다시 울며 뻗댔다.
‘얘가 정말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단어가 있었다.
원더 윅스!!
원더 윅스(wonder weeks)란, 아기가 정신·신체적으로 급성장하는 시기를 가리키는 말로, 성장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평소보다 더 많이 울고 보채면서 부모를 힘들게 하는 때를 일컫는다. 생후 20개월간 10번 정도 찾아오는 이 시기의 아이에게는 더 많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요 며칠간 정말로 마음으로는 아기 엉덩이며 등짝을 백 번도 더 때린 것 같다.
순하다는 말을 넘치게 들은 우리 아기가 감춰왔던 본색을 드러내는 것만 같아서 더욱 얄미웠다.
원더 윅스인 것을 알면서도 아기의 힘든 시간을 함께 겪어내야 하는 엄마인 나는 몸도 마음도 이미 너무 지쳐 있었다. 게다가 하필 이런 시기마저도 남편은 너무 바빴다. 남편과 이야기할 때면 자꾸만 ‘나 홀로’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을 했다. 나 홀로 아이 셋 케어는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의 어려움이 숨어 있었다. 착한 첫째 아이가 많이 도와주고, 눈치 빠른 둘째가 알아서 말썽을 덜 피워도 원더 윅스에 돌보는 아이 셋은 나에겐 “너무해, 너무해.”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 강도의 육아 레벨이었다. 어느새 양쪽 볼은 푹 꺼져 있었고 눈 밑은 분장을 한 것 마냥 새까매져 있었다.
우리 집 막둥이의 원더 윅스가 곧 나의 원더 윅스가 되었다.
몸이 힘들고 화가 많아지고 속에서는 천불이 올라왔고
남편에게는 더 많이 보채고 싶은
엄마의 원더윅스.
여전히 진행형인 원더 윅스.
힘들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는 걸 알기에 눈물 한번 쓰윽 훔치고 또 견뎌보기로 한다.
힘든 만큼 세 아이 엄마로 급성장하는 시기이기도 할 테니까.
사랑스럽고 안쓰러운 우리 아기와
마냥 안쓰러운 나의 원더 윅스가 하루빨리 스윽 지나가 주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대한민국 엄마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