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9. 집에서 오래오래 머물고 있다는 증거들
(2020년 3월 18일자 글.)
어제와 비슷한 오늘.
요 며칠 육아가 참- 고되다.
전 국민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내 눈과 내 마음에는 나만 비추어진다.
‘아- 진짜 더 이상은 못하겠다 ㅠㅠ’
‘우린 너무 안 맞아 - 아들.’
‘탈퇴하고 싶다 이 클럽...’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낸다.
내 새꾸들이고, 내 남편이니께....
평소에는 늦어도 아홉 시 반에는 잠들던 아이들이
요즘엔 열 시를 훌쩍 넘기는 날이 부쩍 늘었다.
평소에는 오전 일곱 시 반에 일어나던 아이들이
시곗바늘이 아홉 시를 지나친 뒤에야 느릿느릿 방에서 나온다.
늦은 아침밥을 먹고
자유놀이를 시작한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반드시 아침 큐티를 같이한다.
(둘째 쪼꼬만 쓰는 주로 방해꾼 역할)
그리고 오전 놀이를 다 마친 뒤에 오후에 영화를 한편씩 본다.(요즘엔 도라에몽 시리즈- 한편이 무려 100분짜리!! ^^;)
그런데 어제, 오늘은 눈 뜨자마자 영화 타령이다.
지루한 시간을 영화 한편씩으로 달래주자는 의미로 시작된 데일리 무비 타임인데...
너무 많이 본건가... 중독은 아니겠지?
아침부터 미디어 타령을 하니 엄마는 걱정부터 앞선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정식 개학이 되는 순간부터 다 못하게 될 테지만,
나는 자꾸만 고민되는 순간들마다 전전긍긍하며 에너지를 쏟는다.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마다 뒷골이 쭉쭉 땡긴다. 하아-
아침부터 또 고민했던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어쨌거나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집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고 있다.
몰랐는데-
우리~ 집에서 너무 뒹굴었나 보다.
우리 아들 내복이.....ㅋㅋㅋ
첫째 쪼꼬만쓰 내복 바지가 두벌이나 오른쪽 무릎에 구멍이 뻥 뚫렸다.
어릴 적 내가 그랬듯이
우리 아들도 구멍 난 부분을 손으로 늘어뜨리고 만지며 놀았나 보다. 풍선이 뻥 터져버린 것 마냥 엉망이 되었다.
세탁기를 돌리려다가
이걸 버려야 하나 꿰매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일단 한번 꿰매 보기로..^^;;;
그리고....
아이들의 예술작품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냉장고와 뒷베란다의 스피드렉은 평소와 달리 식량이 어느 정도는 쟁여져 있다.
짜짜로니가 대기 중이고,
하림 용가리 치킨이 대기 중이며,
삼겹살도 냉동시켜 두었고,
요구르트도 두줄 쫘악 세워 두었다.
현대판 전쟁의 한 복판에 놓여 있다.
아니다. 전쟁은 좀 그렇고...
(6.25 때에 비하면 오늘, 여기는 천국이니깐)
여하튼,
지금은 특수 상황이다.
매일 입고 벗는 내복이 뚫어지고,
간식은 금방금방 동나며,
엄마 사람은 하루에도 열두 번 괴수로 변하지만..
오늘도
하루 세끼 챙겨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티비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신세계가 열린 덕분에
엄마는 글도 쓸 수 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
긴 시간.
우리는 집에서
그래도.
잘 버텨 내고 있다.
다들,
잘 - 지내고 계신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