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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여행 날 같은 마음이라면

육아다짐문

by 다니엘라


거의 일 년 만의 가족여행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거제도 여행을 했었고, 여름엔 태아를 보호하느라 여름휴가를 반납했으니 정말로 딱 일 년 만의 여행이고, 다섯 식구가 된 이후로는 첫 여행인 셈이다.

너무 좋다.

너무 좋은 것 그 이상이다.

오늘이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아직은 여유로운 여행자의 마음이다.

치우지 않아도 된다.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게을러도 괜찮다. 그러니 소리 지르지 않아도 된다.

오래오래 누리고 싶은 여행자의 마음이다.



거제도를 여행했던 때로부터 딱 일 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내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삶과 마음이 달라져 있다. 좋은 쪽과 좋지 않은 쪽이 절반씩 섞인 변화.



큰아이의 겨울방학이 생각보다 많이 길었다.

우리가 부부였다면 이별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정도로 방학 막바지의 생활에는 갈등과 미움이 넘쳤다. 머리가 커진 아들의 사춘기 호르몬과 막둥이 키우기에 막 적응 중인 엄마의 울퉁불퉁한 호르몬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날을 세우곤 했다.

‘정말 착하고 다정한 우리 아들이었는데….’

‘나에게 늘 예쁘게 말하던 우리 엄마였는데….’

늦은 밤이면 서로를 꼬옥 안으며 낮에 있었던 무겁고 답답했던 공기를 겨우겨우 지워내곤 했다.



긴긴 겨울방학은 독립적 인격체인 아들의 성장을 인정하고 적당히 내려놓을 것들을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했던 시간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 실패. 점수로 매긴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낙제점이다.

두 아이를 키우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내 두 손과 시야 안으로 모든 것이 들어오지 않는다.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워야지. 쉬우면 이런 글도 안 썼겠지.



방학은 아쉬웠지만 내일은 아이들의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고, 오늘까지와는 다른 빛깔의 해가 떠오를 것을 잘 안다.

아이들을 향했던 부끄럽고 짐스러웠던 마음은 이제 그만 털어내고, 나도 나의 새 학기를 준비해야지.



오늘 밤은 아이들의 머리맡을 짚어주며 축복기도를 해주고 세 아이와의 새 학기를 조금은 힘을 빼고 준비해야겠다. 여행 중인 지금의 이 마음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집으로 돌아가서도 넉넉한 마음으로 엄마 노릇을 하기로 마음먹어본다.



여행처럼 조금은 여유로울 우리의 새 학기를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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