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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Jul 11. 2023

한 생명이 지고, 또 다른 생명이 오고…


새벽 세시 삼십 이분.

“아.” 하는 탄식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아이들을 재우며 아이들과 나 사이에 누가 먼저 잠이 들었는지도 모른 채 잠에 취해버렸다. 빨래를 개고 인터넷으로 장을 본 뒤 시간이 허락된다면 독서까지 하고 싶었는데, 새벽 세시가 되도록 정신을 못 차리고 잤으니…. 또 한 번 아쉬움 가득한 한숨을 내쉰다. 축농증이 다시 심해져 두통까지 시작된 게 지난밤이다. 새벽에 눈을 뜨니 두통과 불편함은 여전하다. 하는 수없이 저녁에 먹지 못한 감기약이라도 입속으로 털어 넣어본다.


충전 중이던 휴대 전화를 열어 간밤에 남겨진 메시지들을 확인한다.

카톡이다.

‘다니엘라, 별님이 언니 남편… 무슨 일이야? 어떡해. 나 너무 놀랐어….’

사전 지식 없이 치고 들어온 카카오 메시지를 천천히 이해하려고 애써본다. 별님 언니의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

다른 단체 톡 방을 열어 본다.

‘교회에서 온 단체 문자 봤어 다들?’

‘엉, 나 봤는데 너무 놀랐잖아. 무슨 일인 거야?’

‘원래 아팠었대?’

‘사고 나셨나….’

…….


그리고 교회에서 온 알림 문자를 열어본다.

지난밤 10시 38분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담긴 내용의 부고 문자다. 입관예배, 환송예배, 발인 예배가 차례로 안내되어 있다.

이럴 수가…황망함이 마음을 덮친다. 세 아이 아빠의 죽음이다. 아직까지 사인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그게 어떤 사연이든 간에 너무나 아프다. 많이 키워 놓은 것 같지만 아직까지 세 아들의 사춘기도 남아 있고, 아이들의 학업과 세상으로의 진출, 그리고 가정을 꾸리는 일까지 아이들의 아빠가 보고 함께 하고 도우며 즐길 일들이 저만치나 남아 있는데 생을 마감했다니…. 생각할수록 아픔이 깊어지는 탓에 오래오래 안타까워할 수도 없다. 편안한 집에서 부고 문자를 전해 받고 슬퍼하는 것조차 사치인 것만 같아 상상과 지나친 걱정은 접어두고 그와 그의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저녁에 열리는 환송예배에서 별님 언니의 손을 잡아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그렇게 한 생명은 지고 말았다.


오늘 오전 아홉시.

교회의 영아부(0세~2세까지의 교육부서)에서 한 가정의 둘째 출산 소식을 알렸다.

교회에서는 교인들의 장례도 알려야 하지만 출산 역시 기쁨으로 알려야 한다. 출산을 알린 부서에서는 교회 내의 큰 슬픔을 알지만, 새 생명의 탄생이라는 기쁨도 알려야 하기에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했고 소식을 들은 영아부의 부모들도 출산을 축하하는 메시지 릴레이를 이어갔다. 새아기를 얻은 부부는 지금 이 순간도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나 역시 감사로 마음이 채워진다. 그렇게 한 생명이 다가왔다.


어떤 식으로든 지난 생명은 가게 되어 있고, 새로운 생명은 오게 되어 있다. 슬픔을 주고받을 것이고 기쁨을 만끽할 것이다. 몇 시간 차로 죽음과 삶의 소식을 접한 나에게, 결국 그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인생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만 같다. 그리고 나는 오늘, 기쁨보다는 슬픔에 잠겨 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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