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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누구냐 (feat. 프로 간병 맘)

by 다니엘라


이른 아침, 작은방에서 안방으로 건너 온 둘째의 이마가 뜨끈뜨끈하다.

간밤에 기침이 잦더니 아무래도 열감기가 온 게 틀림없다. 요 며칠 강연 준비에 막내 돌봄에 첫째와 둘째를 조금 덜 신경 써서인지 아니면 시즌이 시즌인지라 유행에 뒤처지기 싫은 탓인지 무시무시한 열감기가 턱하니 걸려들었다.


오전에 병원에 들렀지만 아직 발열이 시작된 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바이러스 검사도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테니 일단 오늘 하루는 센 약으로 버텨 보자고 하신다. 아이의 몸 상태는 정확히 의사 선생님의 예측대로 흘러간다. 점점 고열로 올라가고 해열제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이는 축축 늘어지고 당연히 식욕도 떨어진다. 밥은 조금, 그리고 약을 먹고 자고를 반복한다. 딱하지.

엄마의 촉으로는 최소한 독감이다.

이번엔 중한 게 걸려들었음이 틀림없다.


아이가 셋이 되면서 돌아가면서 약을 타먹고 아픈 일들이 잦아졌다.

물론 가장 어린 막내가 가장 자주 병원을 드나들고 있는 편이지만, 첫째도 비염이나 가벼운 기침으로 약을 받아먹고, 둘째도 가볍게 감기가 왔다 갔다 하더니 이번엔 결국 큰놈이 걸려들었다. 한 명이 약을 끊고 회복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 2-3일 만에 또 다른 한 명이 치료를 시작하고, 그러다 또 한 명이 입원을 할 정도로 크게 아프고....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정말로 세 아이의 도미노 같은 병치레는 가끔 손발에 힘을 쏙 빼가곤 한다. 셋 중 하나가 크게 아프면, 매번 같은 목표를 세운다. 다른 형제자매에게 옮기지 않게 해야지. 그리고 또 누가 아플지 모르니 내가 절대 아파서는 안 될 것.


이제는 아무도 아프지 않을 때가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이니, 아직은 어린 세 아이를 키우는 지금 이 시기가 늘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하나님은 어쩌면 각 인간에게 최대 두 명의 자녀를 허락했는데 가끔 욕심을 부리는 나를 포함한 일부 인간들만이 다자녀를 갖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나에겐 한 명도 빠짐없이 예쁘고 소중하지만, 그래도 때때로 버거운 건 사실이다. 하필 저질 체력으로 태어난 나는 그저 깡으로 버티는 중이디. 그리고 아이들 각자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거나 충분한 에너지를 쏟아주지 못하는 것 또한 늘 마음 한편의 아쉬움으로 늘 자리 잡혀있다.


원했고, 감사했고, 후회 없는 아이 셋 엄마지만 원치 않는 변수 앞에서는 무릎이며 마음이며 있는 대로 폭삭 무너져 내린다. 당연히 오늘도. 그럼에도 무너진 상태로 오래 지속되진 않고 또다시 일어날 힘을 키우고 어김없이 일어나는 나는 진짜 삼둥이 엄마다. 오늘 밤은 오래간만에 둘째와 한 방에서 단둘이 잠을 잔다. 아이는 열감기 특권으로, 나는 간병인 특권으로. 부디 오늘 밤이 너무 길게 느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픈 와중에도 엄마의 사랑을 사이사이로 느껴주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보태본다.

딱 한 가지만 더 담을 주머니가 있다면.... 아이의 바이러스가 부디 나에게 전염되지 않기를. 그래야 다음 타자가 아프거나 기쁘거나 나를 필요로 할 때 곧바로 달려가 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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