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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Oct 02. 2020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책 이야기. 이기주 작가의 엔솔로지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이기주 지음 l 황소북스


이기주 작가의 엔솔로지(문집)를
나의 이번 추석을 동행할 첫 번째 책으로 골랐다.



이기주 작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언어의 온도] 책이 한창 잘 나가고 있을 때
어머님댁 책장에 꽂힌 걸 뽑아들고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글밥은 적지만,
마음이 가득 담긴 책이라
단숨에 읽어내서는 안 될 책이었을 텐데
급한 성격을 그대로 반영해 책을 술술 읽어 내려갔다.


눈의 속도를 마음의 속도가 채 따라가지 못한 채
책 한 권을 읽어냈다.


그러고 나선,
언어의 온도는 그냥 그랬어.
별로야.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다녔다.
(미안합니다 이기주 작가님.)
 

이번 문집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는
조금 더 진지한 마음으로 대했다.
천천히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 내려갔고,
이기주 작가의 마음결을 온전히 느꼈다.


그리고 뒤늦게 발견했지만,
책의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일러두기 글이 있었다.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라는 숲을 단숨에 내달리기보다,
이른 아침에 고즈넉한 공원을 산책하듯이
찬찬히 거닐었으면 합니다.

출처:[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첫 장의 일러두기.


이 책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음에도,
‘일러두기’를 놓친걸 보니
이번에도 ‘성격 급한 사람’ 인증이다.


이 책은 네 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다.
1)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끔 한다
2)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3) 비슷한 종류의 아픔을 겪었기에
4) 우린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므로


같은 성격의 생각 고리들을 카테고리별로 묶어두었다.


책을 읽으며 찬찬히 이기주 작가의 마음을 마주했다.
작가는 수시로 글감을 사냥하러 다닌다.
매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글감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책방 주변을 맴돌며
책과 사람들을 통해 글감을 모아낸다.
클래식하면서도 모범적이다.


게다가 그는,
같은 장면을 바라보고도
자신만의 유니크한 생각을 덧입혀
글로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진정한 글쓰기꾼이다.


특히 이기주 작가의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는
그냥, 그대로 본받을 만하다.
그는 투병을 하는 어머니를 위해
담담히 화장대에 꽃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어머니의 병원 진료에는
묵묵히,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따라나서는 아들이다.


그리고 그런 아들 곁에는
아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읽어주는 어머니가 계셨다.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이기주 작가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만
유독 내 마음에 남은 이유는 무얼까.
설명할 수 없는 떨림이 있었고
잔잔한 감동의 여운이 있어서 인 것 같다.


이기주 작가의 글은
글쟁이의 개똥철학이 아니다.
관찰과 고민이 있고,
그 생각의 끝에 피어나는 귀하고 여린 꽃잎 같은 글들이다.


이 책은,
마음을 잔잔히 데우고 싶을 때
천천히 한 장씩 넘기며 읽어내기를 추천한다.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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