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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Oct 05. 2020

글쓰기. 감정을 배설해내면 좋을 줄 알았다.


글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 본다.

며칠 전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고 온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fact를 바탕으로 쓴 글이지만,
반성이 섞이고 불평이 주를 이루는 글이었다.
내 이야기는,
그렇고 그런 시댁 여행에 대한 이야기였다.


블로그, 그리고 브런치라는 매개체를 통해
글을 발행해낸 나는
글을 발행한 지 몇 시간이 흐른 후부터
약간의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내 글을 내가 다시 읽고 싶지가 않았다.
긍정보다는
부정이 더 많이 뒤섞인 글이라 그런지
내 글을 다시 들춰다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 발짝 떨어져서
내 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 글은 결국 불평이라는 감정의 배설 통로 역할을 했다.


나 혼자 보고 덮을 글이 아닌,
타인이 읽게 되는 글에
나의 부정적 감정을 실컷 배설해 놓고야 말았다.


사실은...
그렇게 쓰고 나면 기분이 한결 좋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몇 개월간 글을 쓰면서
내 글을 발행함과 동시에 다시 읽어 보았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난 후 또다시 내 글을 읽어 보곤 했다.


내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은
내 글이 좋아 스스로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
혹여나 실수가 없었는지 확인을 하기도 하며,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는지 재차 확인을 하기 위함 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자아도취성’ 다시 읽기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며칠 전의 나의 글은
나 스스로가 다시 읽고 싶지 않은 글이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홀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쓰는 글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펜대(키보드)를 내려놓자,
위로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밀려들었다.
그리고, 내 글을 다시 읽어보고 싶지 않았다.


매일매일 글을 쓰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다.


내 지난 글을 보며
글쓰기에 대해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글쓰기는 -
단순한 감정의 배설 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나 혼자 꽁꽁 숨겨두고 읽는 비밀 일기장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만 말이다.


글쓰기에도 역시 절제가 필요하다.
나의 글이
감정의 배설로 똘똘 뭉쳐진 글이 아닌,
절제와 사색 그리고 고백이 드러난 글이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다시 읽고 싶은 글이면 좋겠다.


꼬꼬마 작가는
이렇게 또 몸으로 부딪치며 하나 둘 배워가는 중이다.


내 지난 글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부족했던 내 글을 통해
한 가지 확실한 법칙을 배웠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며 감사한다.


나의 다음 글은
나 스스로도 자꾸만 읽어보고 싶은 글이 되기를 바라며...


(사진출처: https://userdeck.tumblr.com/post/111607783912/g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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