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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Oct 09. 2020

육아. 원장 선생님의 편지를 받고 목놓아 울었다.

코로나 시대, 아이가 다니는 선교원이 폐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틀 전 오후,
선교원 담임선생님께서 메시지를 주셨다.


아이들 편으로 원장 선생님의 중요한 편지를 넣었으니 꼭 읽어달라는 말씀이셨다. 그리고 부족한 교사지만 아낌없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겠다는 메시지를 덧붙이셨다.


보통은 안내문이나 원장 선생님의 칼럼을 보내주실 때,
특별한 첨언 없이 ‘꼭 읽어주세요.’라는 말만 덧붙이는 선생님이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조금은 심각한 류의 안내 편지일 거라 추측하고,
선교원 원비가 인상되더라도
당황하지 않기로 미리 마음을 정했다.


그렇게 아이를 맞이했다.
집으로 돌아와 원장 선생님의 편지부터 열어 보았다.


 A4 용지를 한 장 빼곡히 채운 편지였지만,
내 눈에 확대되어 들어온 것은 단 두 글자였다.
‘폐원’


36년 간 한결같이 운영되어 왔고,
나의 첫째 아이도 유아기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선교원에서 잘 보내며 자라났다.
부모가 꼼꼼히 챙기지 못한 성품교육과 신앙교육을
선교원에서 넉넉히 채워가며 아이는 자라났다.


그랬던 선교원이,
이제는 폐원을 하게 되었다.


편지 한 장을 다 읽어내기도 전에 울음이 터졌다.
선교원의 한 구성원인 부모로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서 죄송했고,
지켜주지 못해 아이에게 미안했고,
정든 선교원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마음이 무너졌다.


되지 않을 일이란 걸 알면서도
연락처에서 원장 선생님을 찾아 초록 버튼을 길게 눌렀다.
그리고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지,
우리가 함께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건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 함께 통화를 이어갔다.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간식을 먹던 작은 아이가 달려와 안겼다.
아니, 아이가 나를 꼭 안아주었다.
특유의 토닥토닥을 포함해서...

“엄마 슬퍼?”......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며 눈물을 훔쳐 냈다.
그리고 천천히,
지금 눈앞에 아이가 있는 그곳, 현실로 돌아왔다.
“응 엄마가 좀 슬펐어. 지금은 괜찮아.”


그리고,
네 살의 작은 아이에게
다섯 살이 되거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아이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아이의 선교원 가방



선교원은 36년간 정부의 지원 없이,
부모님들의 월정 헌금(원비)으로만 운영을 해 왔다.
그것만으로도 사실은 기적이었다.
그러나 원장 선생님 부부는 이제 연세가 많이 드셨고,
몸도 많이 약해져 있으셨다.
그리고 날로 어려워지는 경영난 가운데,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리고 더 이상은 개인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부모들에겐 큰 희망이 되어주던 선교원이
결국, 내년 졸업식을 기점으로 폐원하게 되었다.


이틀이 지난 지금도 폐원한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지만,
이제는 마음을 다잡고 엄마의 임무로 돌아와야 한다.
아이가 내년부터 적응해야 할 새로운 교육기관을 찾고,
마음으로도 떠나고, 시작해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  


올 한 해,
별의별 일들을 다 겪어본다.
마치 지금 막 상영 중인 영화 속으로 뛰어들어가
살아내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건 아마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급변하는 환경과 시대의 한가운데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괜찮은 지구를 물려줄 수 있을지
고민이 참 많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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