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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Oct 11. 2020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다나카 히로노부의 글쓰기 책을 읽고서 -


다나카 히로노부 지음, 박정임 옮김 l 인플루엔셜


일본 최고의 광고회사인 덴츠 주식회사에서 카피라이터와 광고기획자로 일하던 중 취미 삼아  sns에 영화 평론을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느 웹사이트 운영진의 눈에 띄어 본격 영화 평론을 시작하게 되고 급기야 프리랜서 작가로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그의 첫 책으로 나온 것이
지금 내가 이야기를 나누려는 책이다.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이 책은 작가의 필력에 번역가의 재치가 더해져
다나카 히로노부만의 매력이 느껴지는 책으로 완성이 되었다.


이 책은 글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글쓰기를 위한 발상법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본서의 곳곳에서
이 책은 고퀄리티의 글 쓰는 법을 알려주는 비즈니스서도 아니고 실용적인 기능을 갖춘 책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책의 중간중간에서 어쩌다 보니 실용적인 면을 쓰고 말았다는 말을 하며 글을 이어나간다.
한마디로 ‘웃기는’ 책이다.
그리고 그 웃기는 부분이 마음에 쏙 들어,
한 글자 한 글자 짚어가며 읽어냈다.


글을 쓰기 전,
어떤 분야의 글을 쓰고 싶은지 먼저 정할 것을 권한다.
‘사상’과 ‘심상’의 조화에 따라
어떤 글은 소설이나 시가 되고,
또 어떤 글은 수필, 즉 에세이가 된다.


그리고 글을 쓸 때에는 자신이 쓰고 있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쓰기를 권한다.
자신이 쓰고 있는 말의 실체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서는 타인에게 의미를 전달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작가는 카피라이터 및 광고 제작자의 길을 걸은 사람인만큼 ‘광고’를 위한 글쓰기의 강조점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부분을 찬찬히 뜯어보면,
비단 광고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글쓰기의 기본은 같은 법이다.


광고를 위한 글쓰기에는 (작가의 표현을 빌려) 모처럼 실용적인 내용들이 잔뜩 실려 있지만,
이 서평에 모두 옮겨다 놓으면 작가가 싫어할 것 같아
기억에 남는 한 가지만 기록해 둔다.

“사람들이 신경 쓰는 지점을 건드려라.”

맞는 말이다.
턱밑에 내밀며 읽어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읽히는 글은
‘읽는 사람들이 신경 쓰는 부분’이 담긴 글이다.
책도, 블로그도, 인스타그램도 모두 마찬가지다.
관심이 있는 곳에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법이다.


이제는 광고를 위한 글쓰기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작가가 서술한 기본적인 글쓰기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

1) 타깃 따위는 없어도 된다.
저자는 애초에 특정한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전달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
읽는 사람을 처음부터 상정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쓴 글을 가장 먼저 읽는 사람은 자신이며,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글은 내가 읽어서 재미가 없다면 쓰는 것 자체가 헛된 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2) 아직 아무도 쓰지 않은 글
수많은 글을 읽어보아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쓴 사람이 없다면, 자기 자신이 그것을 쓰면 된다.
누구나 생각하는 것을 옮겨놓은 글은 재미가 없다.
자신만의 색깔을 담고 자신의 유일한 생각을 담는 것이 정말로 재미있는 글이 된다.


3) 자신이 쓴 글을 읽고 기뻐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시대적인 특성상 자신의 글을 써서 인터넷상에 올리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타인의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긍정도 부정도 뒤따르겠지만,
평가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든 평가의 노예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글쓰기가 싫어진다. (정말로 공감한다!)
그저 자신의 인생을 살며, 자신의 글을 쓰면 된다.
“평가의 노예가 되지 말 것!”


4) 글로 나를 표현한다는 위험한 착각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팩트’이다.
자료조사부터 시작하여 믿을만한 사실을 제시하고, 그에 더해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튼튼한 글이다.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을 투영해 글을 쓸 사람은 육교에서 시집을 파는 것이 낫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이 부분은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해서 ,
앞으로의 글쓰기에도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위에서 정리한 내용 말고도
이 책에는 글쓰기에 대한 태도 정립에 대한  
보석 같은 내용들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다 썼다가는 일본에서 다나카 히로노부 씨가 달려와서
책 내용을 폭로하는 일 따위는 하지 말라! 는 잔소리를 할지도 모르니, 책 내용은 이쯤에서 정리를 마치려고 한다.


이로써 더 명확해졌다.
글쓰기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 만큼
내가 좋아하는 대로 쓰고,
나에게 즐거운 글이 되도록 쓰면 된다.


글쓰기는
가끔 귀찮기도 하지만,
나에겐 기쁨을 주는 일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의 글쓰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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