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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Oct 26. 2020

미니멀. 우리 집 도서관, 틈새 책꽂이.

미니멀 라이프를 하며 아이들 독서환경 조성하기.


거실의 공백.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며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묵직했던 3단 책장을
아이들의 공부방으로 넣어주면서
우리 집 거실에는 공백만 남게 되었다.


눈에 걸리는 것이 없어 좋고,
아이들이 무엇이든 가지고 나와서
넓게 놀 수 있어서 좋으며,
청소 혹은 정리를 하는 것도 수월하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거실에 책장이 있을 때 보다
확실히 아이들이 책을 덜 만지는 분위기다.
책을 대신해
거실에서 뒹굴거리고, 깔깔거리며 놀고,
거실 반대편 벽에 보이는
TV가 자꾸 보고 싶어 지나 보다.


우리 집 교육시스템의 적신호가 반짝인다.
혹여나 책과의 친밀도가 낮아지는 게 아닐까
덜컥 겁이 난다.

 
아이들의 독서는
환경설정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나의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우리 집 거실도
늘 한쪽 벽면은 ‘웅진 아이큐’ 전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웅진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마르고 닳도록 읽었다.
위인전까지도 그저 손이 닿는 대로 모조리 읽었다.
늘 가까이에 있었으니...

웅진애니메이션 세계명작. 출처: 중고나라



그러나 한 부분 내가 범접하지 못하는 구간이 있었다.
책장 구석진 부분의 여러 칸을 자리 잡고 있던,
한국의 역사, 세계의 역사 시리즈.
지금도 북커버가 선명하게 기억나는 양장본의 책들.


책장 여러 칸을 꽉 채우는 책의 ‘양’에 먼저 질렸다.
그리고 슬프게도,
책과 책 사이의 빈틈이 거의 없었다.
스키니진을 입힌 것 마냥 책과 책끼리 꽉 끼어,
책 한 권을 꺼내려면
힘과 각도와 타이밍 삼박자를 맞춰야 했다.
게다가 누가 봐도 학습서의 기운이 풍기는 책들이었다.
그러니 손이 안 갈 수밖에...


그럼에도 나중에 심심해진 어느 날엔
결국 한국의 역사 ‘구석기, 신석기 원시인들의 생활’
부분을 수도 없이 읽게 되었다.


늘 나와 언니의 주변엔 책이 꽂혀 있었고,
눈길이 닿는 곳이면 책이 놓여 있었다.
아마도 부지런히 독서 전략을 세운 엄마 덕이었을 것이다.
엄마의 표현에 따르면,
엄마는 우리 두 자매가 다니는 집안의 길목마다 책을 깔아 두었다고 한다.
그 당시 언니는 정말로 책벌레였다.
우리 집에서도 친척집에서도, 친구 집에서도
책만 붙잡으면 한참을 미동도 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
엄마의 노력이 찬찬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언니를 따라가긴 힘들었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책을 읽는 것보다는
친구 손을 붙잡고 폴짝거리며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투어를 하는 것이 나의 적성에는 더 들어맞았다.


어쨌거나,
지난날 엄마의 ‘독서환경조성’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엄마를 떠올리며
나 역시 아이들에게 최적의 독서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맥시멀리스트였던 엄마처럼 책을 넘치도록 사다 놓고 읽히진 못하지만, 도서관에서 부지런하게 빌려다가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으로 엄마의 ‘작은 역할’을 해낸다.

거실 한 귀퉁이 틈새 책꽂이


그리고 거실 전면 책장은 방으로 옮겼지만,
작은 틈새 책꽂이를 마련해 아이들의 이목을 끌도록
알록달록한 책들을 꽂아둔다.
거기에 더해,
마치 실수로 떨어뜨린 것처럼
거실 매트에는 새로 빌려온 그림책들을 마구 펼쳐 놓는다.

엄마는 책을 꽂으며, ‘읽어라 읽어라’ 마법 주문을 걸어놓는다. ^^


오늘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달콤한 바나나 우유를 하나씩 건네야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좋아하는
시골 할아버지 목소리를 흉내 내며 책을 읽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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