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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Oct 27. 2020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박주운 작가의 에세이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전화기 너머 마주한 당신과 나의 이야기

박주운 ㅣ애플북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데
네온컬러의 앙증맞은 책이 자꾸만 손짓을 한다.
못 이기는 척,
‘뭐야...’하며 집어 든 책에는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주도 출신의 정말로 평범한 30대 초중반의
남자 이야기를 읽어가며 든 생각은.
1. 다들 애쓰며 살고 있구나.
2.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말해왔던 나는, 사실은 직업의 귀천을 명확하게 가려내고 있었구나.
3. 주운 씨도 썼으니, 나도 언젠가 나와 주변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도 있겠구나.


정말로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건,
네온컬러가 자꾸만 손짓을 했고,
콜센터 생활이라는 것은 어떨지가 궁금했고,
콜센터에서 근무를 하는 주운 씨의 마음은 또 어떨지가 궁금해서였다.


그리고 책장을 펼쳤다.

프롤로그 첫 문장.
콜센터에 입사한 이후 줄곧 나의 목표는 퇴사였다.


작가는 이 문장 하나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의 마음을 대신해서 드러낸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 더 나은 그곳으로 옮겨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 이곳은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마음으로 수도 없이 고백을 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게 된 주운 씨의 사연부터 시작해 상담 중에 겪은 주운 씨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
2장은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며 겪은 온갖 이야기들. 그리고 그 일들 앞에서 주운 씨가 느꼈던 마음의 이야기.
3장은 회사와 동료들에 관한 이야기.
4장은 주운 씨가 살아오며 느끼고 겪은 삶의 이야기.


책은, 작가와 내가 단둘이 만나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잔씩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듯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그리고, 삶을 담은 이야기라 그런지,
나와 다른 상황이자 다른 공간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주말 남편과 아이들이 목욕탕을 다녀오는 두 시간 동안 전직 콜센터 상담원, 현직 작가인 박주운 씨를 책 속에서 찐-하게 만나고 돌아왔다.
그러면서 나에게 작은 생각 주머니 하나가 던져졌다.


사람은 누구나 정해진 분량만큼의 고민을 갖고,
어려움을 겪게 되어 있다.
그 시기가 조금 이르면 어린 시절이나,
학창 시절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나이가 조금 더 들어 어릴 적 겪지 못했던 진통들을 뒤늦게 겪을 수도 있다.


그러니 고통을 마주하는 그 순간,
그게 내가 되었건, 당신이 되었건
그 감정과 상황에 너무 몰두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저 지나가기 위해 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흘려보낼 수 있는 당신과 내가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은 박주운 씨라는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콜센터 상담 일에 관한 에피소드와 생각들을 다양하게 담아 두었다.
그러면서 작가는
자칫, 자부심을 갖고 콜센터 근무를 하시는 분들에게 해가 되거나 상처가 될까 하는 걱정과 미안함도 서두에 담고 있다. (이 책을 보시는 전화상담원 분들에게 주운 씨의 글들이 오히려 위로가 되는 글이기를 작가도 상담원도 아닌 내가, 소망해본다.)


사회의 다양한 얼굴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그리고 애쓰고 살아가는 우리 서로를 위해서,
그리고 조금 더 예의 바른 전화상담고객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며
나를 만나기 위해서,

당신도-
이 책을 한 번쯤 들어 올릴 용기를 가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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