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집에 덕분에.

by 다니엘라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매년 10월 캐롤을 듣는 것으로 크리스마스는 시작된다.
11월은 착실히 크리스마스 영화를 찾아보고,
12월엔 성탄예배 준비를 한다.
그리고 아이들 선물을 준비한다.


나는 크리스마스를 참 좋아한다.
무엇보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생각하면 기쁘고,
캐롤이 참 좋고,
선물도 좋고!
크리스마스 시즌의 반짝이는 들뜸도 참 좋다.


엊그제부터 시작해 이틀에 걸쳐 설거지를 할 때나 틈새 시간을 이용해 크리스마스 영화를 두 편이나 시청했다.
‘Holidate’ 란 영화와 ‘Christmas made to order’라는 영화였는데, 두 편 모두 전형적인 미국 영화다. 작품성은 자신이 없지만, 크리스마스 배경과 미국 연휴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크리스마스 영화는 늘 그렇듯
보장된 훈훈함과 해피엔딩 덕분에 이 시즌이 되면 언제나 찾아보게 된다.


그런데 문득,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크리스마스 영화와 분위기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영화는 주로 영어권의 영화이고,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도 영화 속의 성탄 분위기 쪽이 더 가깝다.


아마도 그 시작은 일곱 살인지 여덟 살 때 보았던
‘나 홀로 집에(Home alone)’ 영화였던 것 같다.
귀여운 꼬마 맥컬리 컬킨의 원맨쇼에 가까운 줄거리와
그 당시 미국의 크리스마스를 스크린으로나마 처음 접하게 되었다.

나홀로집에 영화의 한 장면


미국의 크리스마스는 크고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들이 넘쳐났다. 아이스크림도 맛있어 보였고, 크리스마스트리도 황홀했고, 영화에 잠깐 등장하는 작은 마트마저도 가보고 싶어 지는 곳이었다.
(아마 이때부터 내 마음에 사대주의적인 새싹이 돋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나 홀로 집에 영화는 1,2편을 합해 수십 번을 보고도 또 보았다. 3편은 더 이상 맥컬리 컬킨이 주연이 아니었고, 스토리의 흐름도 새로울 것이 없어 한번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어린 나의 마음에 나 홀로 집에 영화는 미국 그 자체였고,
‘크리스마스’란 이런 것!이라는 환상이 심겼다.


그 후로 나는 미국 문화를 동경하는 ‘포항 소녀’가 되었고,
중학교 3학년이 되자 부모님께 뜬금없는 ‘미국 유학’을 요청한다. ‘나 홀로 집에’ 덕분에 영어를 참 좋아했었다.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영어책을 들고 들어가서 앉아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영어를 좋아한 덕분에 영어를 곧잘 했었다.
그래서 부모님께는 뜬금없었지만, 나에게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미국 유학이었다.
영어를 좋아하고, 영어를 잘하며 미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하니 유학을 떠나면 뭐라도 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평범한 우리 가정에서 아이를 키운 지 십몇 년여 만에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미국 유학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아빠였지만, 미국 앞에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셨다.
사실, 아빠는 대표적인 안정형의 사람이라 아마 나의 어떤 설득과 준비에도 덜걱 ‘도전’을 하지 않으셨을 것 같다. 물론 그 당시 우리 집의 재정적인 어려움도 한몫했을 테고...


그래서 내가 미국 대신 선택한 곳은 ‘서울’이었다.
사람은 자고로 큰 도시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믿음을 단단히 믿는 나였다.
포항보다는 서울이 큰 도시이고,
서울에는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도 있는 곳이니,
내가 꼭 가야만 하는 도시 같았다.


그러나 부모님은,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생판 모르는 남의 집에 하숙생으로 보내실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 역시 서울이 아니면 고모댁이 있는 경기도 안양’이라도 보내달라며 차선책을 내세웠다.
일 년의 줄다리기 끝에 포항 소녀는 경기도 ‘안양’으로 전학을 하게 되었고, 고모댁에서의 유학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의 결정은 나의 글로벌 라이프를 여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스페인어학과에 대학 입학을 하였고, 교환학생과 해외 봉사활동, 그리고 해외 취업까지...
어릴 적 꿈꾸던 미국은 아니었지만,
20대에 남미를 활보하고 다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미국과 영어에 대한 동경,
그리고 서양의 크리스마스 문화에 대한 애정.
이 모든 것은,
‘나 홀로 집에’라는 영화 한 편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여전히 크리스마스의 따뜻함이 좋고,
영어가 좋고, 미국 아이스크림이 좋다.
그리고 12월이 될 때까지 기회가 닿는 대로 크리스마스 영화를 찾아서 볼 예정이다.


어릴 적 영화 한 편 덕분에
나에게는 나름의 겨울 시즌 문화가 생긴 셈이다.
영화를 보고, 캐롤을 들으며 시즌을 마음껏 누린다.
물론 그 가운데 아기 예수님의 탄생 또한 잊지 않고 있다.


그간 미니멀 라이프를 한다고
몇 년 된 크리스마스트리도 폐기 처분을 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가족과 함께
미니멀 라이프와는 상관없이,
우리만의 크리스마스 데코를 멋지게 할 작정이다.

그리고, 이번 성탄에는
그때의 나만큼 쑤욱 자란 첫째 아이와
‘나 홀로 집에’ 영화를 함께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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