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대상포진에 걸렸다고요?
아이도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어요?”
내 이야기를 들은 주변분들의 반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도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다.
이주 드문 현상이라 소아 의학계에서도 사례 부족이라고 꼽는 증상 중 하나이다.
토요일 오전,
작은 아이의 등에 오돌오돌 붉은 물집 군이 보였다.
가을이 오면서 아이 피부가 눈에 띄게 건조해졌다.
이런 꼬꼬마들은 관리를 조금만 덜 해줘도 곧바로 티가 나는 걸 보며, 무심한 엄마는 또 ‘한 박자’ 반성을 한다.
피부가 건조해서 뭐가 올라 온건가 싶어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작은 아이는 일단 아빠와 함께 병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재미있는 일은,
아이가 병원에 갔을 때 그 물집 군집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분홍빛만 띄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은 접촉성 피부염 정도로 추측을 하시곤 약을 처방해 주셨다.
그날 저녁,
아이의 등에는 다시 오돌토돌 붉은 물집 군이 보였다.
물집 군은 의사 선생님 앞에서는 그렇게 수줍어하더니,
우리 가족 앞에서는 다시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일단은 처방받은 약이 있으니 부지런히 먹이고 보습을 잘해주기로 했다.
다음 날 저녁,
등 왼쪽으로 새로운 물집 군이 생겨났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월요일 오후 아이를 데리고 피부과에 갔다.
피부과.
대상포진으로 의심이 되지만,
아이들에게는 흔하지 않은 현상이라
조금 큰 병원으로 가볼 것을 권하셨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남편에게 소식을 전했고,
친한 의사 선생님께 연락을 해서 상황을 설명하며
어찌하면 좋을지를 여쭤보았다.
유아 대상포진은 흔하지 않은 질병이라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을 거다.
어릴 적 수두에 걸렸던 아이가 면역이 떨어지면 나타날 수 있는 질병이다. 아이들 대상포진은 약 없이 치료하기도 한다. 잘 설명해 주셨지만, 크게 겁은 주지 않으셨다.
늘 그렇듯, 침착하게 사이버 진찰을 해 주셨다.
이미 저녁시간이었지만,
‘대상포진’이라는 무서운 단어 때문에 야간까지 진료를 하는 근처 아동병원으로 갔다.
아동병원 의사 선생님도 아이의 등을 보자마자,
“왼쪽을 보면 대상포진 같은데,
가운데 물집 군을 보면 또 아닌 것 같고.
일단 접촉성 피부염 약을 먹어보고 늘어나거나 효과가 없으면 바꿔봅시다.”
하셨다.
다음날인 화요일 아침.
왼쪽 가슴 쪽에 새로운 반점이 한두 개 생겨나기 시작했다.
오전부터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할까 했지만,
지금 준비하는 세미나가 있어, 화요일엔 무조건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집 군락은 신경이 쓰였지만, 아이의 컨디션도 최상을 달리고 있어 우선은 등원을 시켰다.
화요일 오후.
다시 아동병원을 찾았고,
다른 원장 선생님이 보시더니, 대상포진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례는 많지 않지만,
아이도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다고 하셨다.
게다가 이미 수두를 겪었으니,
충분히 대상포진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게 맞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흘 만에 대상포진 ‘확진’을 받고
먹는 약과 연고를 받아 왔다.
그제야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아이가 대상포진에 걸렸더라도
아이들은 어른들 만큼의 통증을 느낄 수는 없다고 하셨다.
둘째 아이가 노는 걸 보니 그 말이 믿어지기 시작했다.
평소만큼 해맑고, 평소만큼 인간미 넘치게 집안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병원에서는
오늘부터 아이는 며칠간 요양을 하라고 하셨다.
수두만큼의 전염성은 없고,
친구들에게 옮길 가능성은 낮지만,
혹여나 선생님들께 대상포진 균을 전파시킬 수 있기에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하셨다.
둘째 꼬마의 등원 차량 시간에 맞추지 않아도 된다니,
오늘 아침은 어쩐지 여유롭다.
동시에 꼬마를 위해 점심밥도 차려야 한다니,
마음에는 전에 없던 부담이 안겨졌다. ㅎㅎ
결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오늘은 아이 동반 출근이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꼭 해야 할 일들만 부담 없이 처리하고 올 계획이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는 오늘이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유아 대상포진은 존재한다.
위의 사진과 같은 수포라면, 대상포진을 의심하고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는 확진+처방을 받기까지 4일이 걸렸지만,
나보다 더 부지런한 엄마라면 완전 초기에 진단을 받고 빠른 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대상포진이 치료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아이에게 큰 아픔이나 상처 없이 잘 치료가 되기를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