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6. 순수한 꼬마들을 재우는 밤의 행복
지난밤,
아이들의 머리맡을 지키며-
우리 아이들의 귀여운 순수함을
온전히 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일 밤 침실에 모여
조금이라도 늦게 자려는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재우려는 엄마의 실갱이가 일어난다.
남편도 침실에 들어서면 내 편에 서서
아이들 책을 읽어주고 빨리 재우기 위해 애를 쓰다가
결국은 늘 아이들보다 먼저 잠이 든다.
남편은 새벽 세시반, 네시 기상을 하다 보니
아홉 시 반만 되어도 이미 비몽사몽 하며 꿈나라를 걷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온전히 잠들었는지를 확인하고
눈을 감는 건 나의 몫이 된다.
물론!
나도 아이들보다 먼저 잠드는 날이 셀 수 없이 많긴 하다.
침실에 모여
잠자리 독서를 끝내고 불을 끄면
아이들을 그때부터 새로운 놀이를 시도한다.
서로서로 물가져오기를 한다거나-
(꼭 그 시간만 되면 목이 마르단다....)
자리 빼앗기 싸움(?)을 한다거나-
변기 하나에 붙어 서서 같이 쉬하기를 한다거나-
그게 안되면,
엄마 아빠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들려달라고
아우성을 한다.
아이들은
그날의 잔여 에너지를 공중에 다 흩뿌리고 나서야
온전히 잠들 수 있겠다는 식의 시위를 하는 것만 같다.
엄마 아빠도 에너지가 남는 날엔 구전동화 라던가
아무 말 대잔치로 이야기를 엮어가기도 한다.
아이들의 편안한 꿈나라 길을 열어주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하지만 엊그제와 같이
피곤함에 흠뻑 젖어
아이들을 어서 재우고 싶은 날엔 다른 방법을 쓴다.
내가 알고 있는,
혹은 내가 만들어낸 -
온갖 가상의 ‘공포스러운’ 인물들을 등장시켜
아이들이 무서워서 잘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내가 어릴 적 무서워했던,
망태할아버지
그리고 망태 할아버지의 변형,
망태기 할아버지
올리버 트위스트의,
도둑 대장 아저씨.
이름도 느낌도 하나도 안무서운,
꼼지.
그리고 엊그제 새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꼬막 할머니.
여덟 살 첫째는
망태 할아버지, 망태기 할아버지, 도둑 대장 아저씨,
그리고 꼼지도 모두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을 안다.
만에 하나 진짜 일까 싶어
내 귀에 대고 숨소리를 쉭쉭 내며 한번 더 확인을 한다.
“엄마 엄마. 사실은 없는 거지이~?
요한이 빨리 자라고 하는 거지~?”
그럴 때면 나는
“맞아 이삭아. 그러니까 너도 얼른 자~!”
하며 아이를 토닥인다.
그런데 엊그제 새로 등장한 꼬막 할머니는
이삭이까지 조용히 잠재우고 싶어 하셨다.
(꼬막 할머니의 마음이 내 마음.)
“얘들아 너희 눈뜨고 소리 내고 있으면
꼬막 할머니가 베란다로 들어와서....
꼬막이 잔뜩 담긴 바구니에 너희 손을 넣고
꼬막들이 너희 손을 꽉꽉 깨물게 한대!
와- 진짜 무섭겠다!”
너무 디테일했는지
이삭이가 작은 소리로 귓속말을 한다.
“엄마 꼬막 할머니 없지? 가짜로 하는 거지?”
“아니야. 이건 진짜야. 엄마 꼬막한테 물린 적 있어.”
“헙.”(아이의 눈 감고 입 닫는 소리.)
꼬막 할미 덕분에
아이들이 곧장 렘수면에 들어갔다는
아름다운 엊그제 밤의 이야기다.
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보며
괜히 겁을 준 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직은 순수함을 간직한 그 모습이 참 예쁘기도 했다.
매일 밤
잠들지 않으려는 자들과
잠재우려는 자들의 전쟁이 반복되어 일어난다.
그 시간이 나에겐-
참 고단하다.
그럼에도
이 순수함이 언제까지 갈까.
아이들과 투닥거리는 이런 시간이
얼마나 남은 걸까를 생각하면,
내 마음은 원점으로 돌아온다.
온전히 즐기자!
예뻐하자!
사랑하자!
아이들이 언제
“독립! 독립!”
하고 외칠지 모른다.
아이들이 언제
“엄마 나는 이제 따로 잘래요.”
할지 모른다.
그러니,
이 꼬마의 시간을-
이 귀여운 순수함을-
이 손이 많이 가는 때를-
그리고 이 고단한 때를-
즐겨 보자.
감사해 보자.
꼬막 할머니 덕분에
수시로 밑천이 드러나는 부족한 엄마는
오늘 하루도
따뜻하자고,
사랑하자고,
초심을 되찾아본다.
사진출처.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