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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Nov 06. 2020

글쓰기. 워밍업이 필요해.


“새벽 + 아침 글쓰기 전문 다니엘라 작가입니다.”


유투버처럼,
인플루언서처럼 위와 같은 인사말을 써 보고 싶었다. ㅎㅎ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쓰는 것이 참 좋다.
깜깜함의 농도가 더 짙을수록 좋고,
주변이 더 고요할수록 좋다.


밤에 비해 여유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데드라인이 있어(출근시간, 아이들 등원, 등교 준비)
딴짓을 할 여유가 없고,
데드라인에 맞추려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 글 한 꼭지가 나오니 또 좋다.


그런데 사실은,
이 글 한 꼭지가 나오기까지,
얼마간의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키보드를 두드리기 직전까지
진득한 워밍업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끔은 길을 가며,
아이들과 지내며,
사물을 보며,
그리고 남편을 보며,
글감이 반짝반짝 떠오를 때가 있다.


하지만 수많은 보통의 날들에는
사진첩을 뒤지고,
머릿속을 떼굴떼굴 굴려가며
쓸만한 글감을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뮤즈의 문제이긴 하겠지만,
뮤즈가 확~ 끼쳐 오르지 않아도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싶고, 매일 글을 써야 한다.
그래서 글을 쓰기 전,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기 전,
시간이 한참이나 걸린다.


나의 일상과 우리 가족들을 찍어둔 휴대폰 사진첩을 보다 보면 글감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혹시 사진첩을 봐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인스타그램도 훑어보고,
나와 이웃들의 블로그도 글의 제목을 위주로 훑어본다.
그리고, 우리 집 책장도 다시 한번 살펴본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느낌으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또 둘러본다.


주위를 살피고 마음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결국 글감이 하나쯤은 마련된다.


글감이 나왔으니
그에 맞는 대표 이미지를 찾아야 한다.
육아 이야기를 할 때도 우리 아이들의 얼굴을 대표 사진으로 하는 것보다는 사진작가가 찍은 어린아이들의 사진이라던가 조금은 더 공신력 있고, 감성 넘치는 것들로 찾아낸다.


사진 발굴을 위해서는 주로 Pinterest라는 앱을 사용한다.
괜찮은 사진을 비롯한 이미지들이 넘쳐난다.
가끔 웃기는 짤이라던가 joke 류의 사진들이 스팸처럼 걸려들어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이만한 앱을 아직 찾지는 못했다.




이미지를 한참 고르고 골라 대표이미지를 선택한다.
그러고 나면 이제 본격 글쓰기가 시작된다.


그날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제목으로 정한다.
가끔은 글을 쓰다 말고 글의 방향을 살짝살짝 틀어가며 제목을 바꾸기도 한다.


그리고,
키보드에 손을 얹고
첫문장이 나오기까지 또 약간의 시간이 흐른다.
썼다 지우고 또 썼다 지우고,
머리로 그리고 키보드를 움직인다.


첫 문장을 만나면,
그때부터는 주로 키보드 ‘말달리기’가 시작된다.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머릿속 순서에 맞춰 술술 써나가기 시작한다.


첫 문장을 만나기까지가 글쓰기의 워밍업단계이다.
글감을 찾고, 사진을 고르고, 제목을 정하고, 첫 문장이 나오기까지 이 모든 과정을 겪어야 나의 본격 글쓰기가 시작된다.


품이 들고 지루하기도 한 시간이지만,
나에게 글쓰이 워밍업은 꼭 필요하다.
나의 글 앞에서 진심과 정성을 쏟아야 내 마음에도 쏙 드는 글이 나올 수 있다고 믿기에..

오늘 아침에도 나는
온몸을 베베 꼬며,
글쓰기 워밍업의 시간을 꿋꿋이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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