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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Nov 11. 2020

글쓰기. 좋은생각 채택 본을 받으며.


지난 주말부터 감기로 골골대다가 병원엘 다녀왔다.
감기로 약을 타 먹은 건 실로 오래간만이다.
적당히 앓다가 소리 소문 없이 낫곤 했는데,
이번 감기는 목소리도 변하고 콧물도 잔뜩 생기는 데다,
목까지 아프다.
열은 없었지만, 자꾸만 몸이 늘어지는 바람에 남편이 병원으로 등을 떠밀기도 전에 스스로 진료를 받았다.


감기가 그럴듯한 핑곗거리가 될 것 같아
감기 이야기를 좀 해 보았다.
감기 때문에 몸이 약해져 있어서 그런지 지난 2-3일 간 새벽에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는 것이 힘겨웠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이번엔 마음도 요지부동이었다.


조금 더 쉬고 싶었고,
글감도 잘 떠오르지 않았고,
시아버님도 오셔서 계시니 며느리 및, 엄마 모드에만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도 있었다.


하여간
글 앞에서 소극적인 마음으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데,
어제 오전 문자가 한통 도착했다.


좋은생각으로부터 글 채택 연락을 받고,
약 한 달간 마음 깊이 기다리던 연락이었다.


글쓰기 앞에서 깜깜해져 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좋은생각 책 2권과 함께 ‘글감’이 도착했다.


어제 오후 도착한 택배 상자를
조심스레 작은 방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숨죽여 택배 상자를 뜯었다.


시아버님이 며칠간 우리 집에 와 계시는데,
아버님은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다.
‘글쟁이’라는 표현을 쓰시며 때론 비난을 하시기도 하고,
멋대로 꾸며내는 말이나 쓰는 거짓말쟁이라고 하시며
좋아하지 않으신다.
당신의 며느라기가 ‘글쟁이’인 것도 모르시고...ㅎㅎㅎ

내 글이 실린 ‘좋은생각’ 책을 꺼내서 자랑(?) 했다가
라떼 이야기를 한참 들으며 본전도 찾지 못할 것 같아
나 홀로 택배 상자를 뜯으며 축하를 했다.
그래도 괜찮다.
내가 축하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넉넉히 축하받는 것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시어머님께 보내드릴 '좋은생각' 큰글자판 한 권은 따로 빼 두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인증샷을 보내 랜선 축하를 받았다.


상자에는
좋은생각에서 보내주신
큰 글자/작은 글자 ‘좋은생각’ 12월호 두 권과,
에세이 분야 채택 상품인 ‘블루투스’ 스피커가 얌전히 들어 있었다.


그리고 내 글이 어떻게 실렸는지 궁금해지는 시간.

두 번째 에세이로 실린 내 글은 생각보다 많이 줄여져 있었다. 지면의 부족함과 좋은생각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느라 담담히 수정했을 에디터분들의 노고가 엿보였다.
(고마워요!)


공기가 쑤욱 빠져나간 공처럼 힘이 빠져있던 내 마음에 작은 동요가 일어났다.
다시 키보드를 마주할 용기가 생겨났다.
그리고, 다시 적어 내릴 이유가 분명해졌다.


일상을 살피고 마음을 적어 내려 갔던
요전의 날들을 다시 기억해낸다.
글을 쓰며 즐기던
크고 작은 도전들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금 새하얀 화면을 마주하고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 가기 시작한다.


지난날의 도전 덕분에
글쓰기를 향한 흐릿해진 마음이 점차 선명해진다.


다시 쓸 마음이 생겼으니,
이번 달부터 차츰 새롭게 다가올 한해의 도전들을 그려보고
앞으로도 계속될 매일의 글쓰기를 계획해보려고 한다.


11월.
시작이 좋다.
외부적인 동기부여 덕분에,
온 마음이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


고래를 춤추게 했던 그 칭찬,
나 역시,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충분히 받아
남은 한해도 힘 있게 살아내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나도 그 사랑과 칭찬을 주변의 다른 이들에게도
넉넉히 나누는 연말이 되기를 바라본다.



좋은생각 12월호에 채택된 글을 참고로 올려봅니다.^^

https://m.blog.naver.com/felizdani410/222034249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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