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그래서 우리는 이별을 택했다.

by 다니엘라



아랫집으로부터 층간소음에 관한 편지를 받은 지 다섯달 반만에 다시 편지를 받았다.


이런 날이 다시 오지 않을거라고는
나 역시 믿지 않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경보음은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와 울렸다.


지난 주 토요일 아침,
집을 나서는데 현관 문고리에 하트가 총총박힌 핑크색 엽서가 붙어 있었다.
애 둘 딸린 유부남 유부녀에게 누군가 수줍은 연애편지를 두고 갈리는 없을테고, 내용을 보지 않고도 어떤 내용일 지 알것 같은 편지를 낚아채듯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아랫집에 살고 있는,
이미 성인이 된,
두 따님중 한 분이 쓴 편지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이 쿵쿵거리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넘어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집에 들어오면 편안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그녀는 작은 엽서 한장에 힘든 마음을 고스란히 옮겨두었다.


누가 쓴 편지이건,
수개월만에 다시 받는 층간소음 편지는 내 마음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리기에 충분하고 충분했다.
남편의 마음도 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5월 층간소음 편지를 받고, 우리도 많이 애를 쓰며 살았다. 아이 친구초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정확히 두번 했었고, 그것도 저녁 여섯시반 이전에 모두 집을 나서는 가벼운 초대였다.


누군가 씨씨티브이로 우리집을 지켜보고 있다면 알겠지만, 아이들을 피곤할 정도로 쫓아다니며 그들이 뛰지않고 물건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단속을 한다.
물론 정신교육도 병행이다.
아랫집 분들이 우리가 뛰고 떠들면 힘드시니 절대로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며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주어 설명을 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우리부부가 놓치는 빈틈에 아이들이 뛰기도 하고, 물건을 요란하게 쏟아붓기도 하는 일은 빈번히 발생된다. 게다가 우리도 사람이다 보니 가끔은 긴장의 끈을 놓고 발걸음에 부주의 하거나 아이들이 뛰는 것을 막지 못할때가 있다.


아마도 이러한 크고 작은 소음들이 쌓이고 쌓여 아랫집 처녀의 마음을 힘들게 만들었으리라 충분히 상상이 된다.


웃고 인사하며 지내는 이웃으로써
우리 때문에 누군가가 고통을 받고 힘들어 한다는 사실 자체가 나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본의 아니게 그들을 어려움에 빠지게 한것에 대한 죄책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도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알아주지 않는 아랫집 대한 섭섭함도 마음 한켠에 자리잡았다.


두번째 편지를 받고나서
우리집 발걸음 단속반의 제재는 말할수 없이 강화 되었다.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눈으로 쫓으며 발바닥을 땅에 내딛기도 전에 살살 걸어야 한다는 엄포를 놓았다. 혹시라도 물건을 떨어뜨리면 조심에 조심을 더하라는 잔소리를 해댔다.


하루를 보내며 아이들을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뛰지말고 조심하라는 말을 훨씬 더 많이 하며 지내고 있다.
윗층에서도 아랫집 만큼이나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화마루가 깔린 집이라 소음에 더 취약할 것을 알고 마루를 바꿔야 하는지, 전면매트를 시공해야하는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바꾼다고 해서 아랫집에서 소음을 덜 느끼실지, 그리고 우리는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가족은 얼굴을 찡그려가며 많이 애쓰고 있고,
사실은 이제 더이상은 뭘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아랫집과 적이 되는 것도 싫고,
아이들만 주구장창 잡고 있는것도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을 택하기로 했다.


집값이 팝콘 튀듯 정신없이 튀어 오르는 때라
시기가 좋지않다.
재정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감당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일층집 매물이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아이들이 뛰는 문제는,
장기전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에서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으로썬 이별이 가장 정답에 가까운 선택지 인 것 같다.


약 일주일만에
마음과 생각을 정리해서 아랫집에 답장을 보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미안하다는 말을 중심으로 담담히 마음을 담았다.


아랫집 분들이 부디 노여움을 푸시기를,
그리고 우리가족도 행복하며 소음에 주의하기를,
그리고 하나님의 선한 인도하심에 따라 이사가 잘 결정되기를 소망하며...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층간소음 일기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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