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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Nov 30. 2020

미니멀. 정리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


11월의 마지막 월요일.
그리고 2020년의 몇 번 남지 않은 월요일 중 하루.
쉬는 날이지만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맞이한 아침.


오늘은, 정리하는 날!!


지난 2-3주간 바쁜 시간을 보내며,
가장 마음 쓰였지만,
가장 마음을 놓고 방치했던 부분은 바로 우리 집!


집은 방치해도 사람은 방치할 수가 없어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어울리지 않게
우중충하게 어질러 놓은 채 2-3주간을 보냈다.


큰 정리 없이 대충 뭉개고 살아보니,
몸 하나는 편해서 좋았지만,
눈에 거슬리는 장애물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집안 물건들은
하나, 둘 늘어만가고,
물건이 주인 인지,
사람이 주인인지 헷갈리기 시작할 때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름 아닌 정리 정신이...


미루고 미루다 며칠 전 냉장고 정리를 했고,
냉장고엔 어느새
가공식품들이 나란히 나란히 줄을 서 있었고
낯선 먹거리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냉장고를 정리하던 날부터 냉파를 시작했다.
덕분에
오늘도 꽁꽁 언 어묵으로 어묵국을 끓이고,
제육볶음용 돼지고기를 꺼내 해동중이다.


거실은 볕이 드는 오전에 걸레질까지 쓱싹거리고,
아이들이 와서 어지럽히기 전까지는
공백을 유지하기로 한다.


어쩌다 보니 하나 둘 개수가 늘어난 마스크 목걸이도 정리.
현관에서 아이들 방으로 가는 쪽의 벽면에 아이들용,
엄마 아빠용으로 해서 고리를 걸어 착착 정리해 두었다.


일반 후크보다도 찐 효자 노릇을 하는 건 바지걸이!
네 식구가 각각 집게 하나씩을 맡아
각자의 마스크를 걸어둔다.
손빨래 후 걸어 말리기도 좋고,
현관 근처라 나갈 때 바로 낚아채서 나가기도 좋다.


그리고 가장 기분 좋은 이불빨래!
친정엄마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이불을 부지런히도 빨아내고
교체하셨는데(지금도 여전히...),
난 아무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어렵다.
한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이불을 세탁했는데,
그러고 보니 내 시간도 너무 안 나고,
매일같이 뒤돌아서면 빨래를 하는 기분이 들어
최근에는 뽀송뽀송함을 약간은 포기하며 살았다.


그런데 오늘 이불빨래를 하고 보니,
기분이가 좋은 정도를 넘어선다!


물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고
집안에 있는 모든 침구를 싹 다 갈아주고,
뽀송함을 몸소 느끼며
침대에 엎드려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침구 세탁과 세트로 움직이는
이불장 정리!
오래된 꼬마들 베개는 비우고,
오래오래 쓰지 않던 꼬마 이불도 한채 비워낸다.
그리고,
이불장은 기분껏~~각을 잡아주고 마무리. 땅땅땅!



오전 내내 뒹굴거리며 책을 읽는 꿈은 빗나갔지만,
기분 좋은 정리로 오늘의 엄마 생활 1부를 마감한다.


이제부터 3시까지 남은 시간은  
정말로 휴일다운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반짝이는 거실을 바라보다가,
또 좋아하는 소설책을 읽다가,
오후에는 아이들의 방글 거리는 얼굴을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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