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엘라 Dec 06. 2020

지금 서 있는 그곳에서, 감사하는 우리가 되기를..


손이 근질거려 참기 힘들었던 일주일이 지나고 감사일기를 쓰는 주일(일요일)이 되었어요!
감사일기야말로 마음을 비우고 사실대로 느끼는 대로 가감 없이 술술술 쓰는 일기이다 보니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참 좋아요!
창작의 고통이 덜하다고 하면 조금 이해가 되실까요?
이런 이유로 저는 주일 아침의 글쓰기를 참 좋아합니다!!


사실 감사라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 눈뜨고 살아 숨 쉬는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남과 나를 상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감사는 눈곱만큼도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보고-
내 삶을 비교 없이 바라본다면 사실은 감사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죠.


우리가 자주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어요.
물론 제입에서도 노래방 18번 곡처럼
단골로 나오는 멘트죠.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라는 말이에요.
설사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더라도,
마음속으로 만큼은 수도 없이 되뇌었을 거예요.


그런데 말이에요.
이 말을 가슴 앞에 딱 놓아두고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내가 원하는 일이
정말로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기만 했는지...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고 싶으셨죠?
그래서 화장실에 갈 수 있었죠?
화장실 갈 수 있었음에 감사해요.
아침에 배가 고프셨죠?
아침 식사를 어떤 형식으로든 하셨죠?
혹은 아침 식사를 하고 싶지 않으셨죠?
그래서 공복을 누리셨죠?
아침 식사에 대한 자유를 누림에 감사해요.
내가 가진 두 눈으로 보고 싶은 곳을 바라보고 있죠?
자유롭게 볼 수 있음에 감사해요.
이방에서 저 방으로,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고 싶죠?
원하는 대로 움직이셨죠?
움직일 수 있는 두발이 있어서 감사해요.
시간이 궁금하죠?
그래서 휴대폰이 되었건 탁상시계, 혹은 벽시계를 통해 시간을 보셨죠?
시간을 알 수 있는 것도 감사해요.


제가 위에서 나열한 것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당연한 순간들입니다.
대부분의 순간들을 이렇게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깨닫지 못할 뿐이지요.
“어이 이보쇼~ 말장난 그만하쇼 글쟁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당연한 것들도 감사하기로 결심했고
그 결심으로 인해서
최소한 하루 두 뼘 이상은 더 행복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잊고 지나가는 감사한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당신도 그러하길 기대하며,
자, 그ㅡ럼 이번 주의 감사일기를 시작해 볼게요.


1. 오늘 아침 남편과 프렌치토스트에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 것에 감사합니다.
늘 남편이 준비해주던 아침인데, 허리가 아픈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 오늘은 제가 아침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소소한 아침상이지만,
남편의 엄지 척에 감사가 더해집니다.^^


2. 첫째 아이가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요.
엄마 아빠 뽀뽀 쪽쪽을 해주고 혼자 거실에 가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네요. 비록 만화책이지만, 그래도 교육만화책이니 기분 좋게 눈감아 줍니다.ㅎㅎ
아이가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에 감사하고, 이 아침에 아이 얼굴을 바라보며 글을 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3. 이번 주 수요일에 첫째 아이의 친한 친구 집(같은 동 옆 통로에 사는 친구)에 초대를 받아 다녀온 것에 감사합니다.
원래는 우리 집에 초대를 하려고 했었는데, 층간소음 때문에 안된다며 친구 엄마가 손사래를 저으며 적극적으로 그들의 집으로 초대를 했습니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고마운 마음이 더 커서 순순히 따라갔습니다.
오래간만에 공동육아를 두 시간쯤 하고 나니 살 것 같았습니다. ^^
기대하지 않았던 저녁까지 해결을 하고 와서 깃털처럼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방에 매트를 깔고 나면 그 친구네를 초대해서 따뜻하게 대접하고 싶습니다.


4. 지난 일주일간 남편은 여전히 바빴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날은 아빠 얼굴을 보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남편이 그다음 날은 조금 더 일찍 와서 아이들 얼굴을 마주해 주어서 감사했습니다.
힘든 걸 알지만 아이들이나 가족에게 내색하지 않는 남편이 안쓰럽고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남편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기로 마음먹습니다.
척박한 회사에서도 마음 다치지 않고 조금이라도 여유 있게 생활해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5. 한 주 동안 아이들이 기록적으로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아빠도 늦으시고 엄마의 피로감도 전달이 된 건지, 알아서 사이좋게 지내는 아이들이 참 예쁘고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 어떤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보다 감사합니다.
잘 놀고 잘 지내준 아이들에게 감사합니다.

*아래는 형님 교습소 수업 모습입니다. ㅎㅎㅎ


6. 12월이면 울산을 떠나는 소중한 친구(?)와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아직 출산 한 지 백일도 되지 않았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주어서 고맙습니다. 마음을 나누며 서로 기도해주고 지내던 사이라 빈자리가 크겠지만, 기쁜 마음으로 그 가정의 꿈을 응원하려고 합니다.
이별은 아쉽지만, 추억은 아름답게 남을 것입니다.
함께 지냈던 시간에 참 감사합니다.


7. 너그럽고 속 깊은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남편의 제안으로 엄마의 겨울 재킷을 사드렸습니다.
엄마는 “천국 갈 때까지 잘 입을게~!” 하시며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제가 생각지 못하는 부분까지 챙기고 배려하는 남편에게 참 고맙습니다.
남편의 널찍한 마음을 닮고 싶습니다.


8. 공기는 차갑지만 따뜻한 햇살을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추운 겨울을 조금 더 에너지 넘치게 보낼 수 있는 이유는 반짝이는 햇살 덕분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9. 추운 겨울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 겨울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따뜻한 옷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 겨울 입과 몸을 녹일 수 있는 잉어빵 총각들이 매일 오후 아파트 앞을 지키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이 겨울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오늘도 기분 좋은 주일 아침을 맞이 합니다.
감사하는 하루 보내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에게도
오늘 하루가
반짝이는 선물 같은 날이 되길 소망합니다. ^^

작가의 이전글 미니멀. 정리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