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엘라 Dec 08. 2020

일인칭 단수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ㅣ문학동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신작이 나왔다.
11월 26일 발매 예정인 책을 ​예약 구매하라는
남편의 (유혹 섞인) 속삭임에,
‘그래 한번 해볼까?’ 하며
예약 구매를 진행했다.

 
궁금은 하지만 예약 구매를 할 정도는 아닌데,
남편이 (나보다 더) 신이 나서 독서를 응원해 주고 있으니
덩달아 쿵작 거리며 박자를 맞추어 주기로 했다.


그나저나 올해 10월에 하루키의 에세이집도 나왔다던데
그건 어째 모르고 지나갔는지...
12월엔 밀린 책들을 좀 읽고 1월 카트에 담아야지.
덕분에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살이 더 붙어서 행복하다.


하루키의 6년 만의 단편집 [일인칭 단수]는
지극히 하루키스러운 글들의 모음이다.
하루키의 장, 단편 소설을 착실히 따라 읽어온 독자라면
이 작은 단편집 안에 얼마나 진하게 하루키스러움이 묻어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따라 읽어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보이는 대로 읽으려고 애써왔다.
(이 참에 하루키의 작품을 전수 조사해서 아직 못 읽은 책들을 읽어내 볼까.)
그래서 조금은 그의 취향을 알아차리는 독자가 되었다.


이번 단편집에도
하루키의 취향을 반짝 드러내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재즈, 야구, 그리고 독서 + 글쓰기?
이번에는 마라톤이 슬쩍 빠진 것 같아 아쉽기까지 하다.


작품 전반을 읽어 내려가며
이전에도 느꼈던 감정을 느낀다.
이게 소설집이었던가, 에세이집이었던가...


하루키 특유의
자근자근 써 내려간 침착한 문체와
가끔씩 등장하는 기묘함이 뒤섞여
하루키 작품에 매력을 더한다.


이번 단편집에서 기억에 남는 두 작품을 꼽으면,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그리고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이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은
약골 야구팀을 오랫동안 응원해온 하루키의 애정이 듬뿍 담긴 글이라 귀여움까지 느껴지는 작품이다.
시라고 해야 할지, 하루키의 애정 담긴 메모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를 글들을 담아 둔 작품이다.
어쨌거나 작가가 시라고 했으니-
야쿠르트 스왈로스 팀에 대한 몇 편의 시와 사연이 담겨 있다.
모르고 지나치면 또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읽어보기 시작하면 재밌다.
하루키 특유의 재치가 느껴져서 좋다.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은
언젠가, 다른 단편집에서였는지 장편에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원숭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루키를 통해 들은 적이 있다.
하, 결국 이 원숭이에 대해 썰을 풀어주는구나-
하며 읽게 되는 작품이라 괜한 애정이 솟아난다.
이 기묘한 이야기는 소설 속의 이야기지만,
하루키에게 들어왔던 이야기라 그런지 마치 하루키가 직접 겪은 일인 것처럼 들려온다.
부작용이라고 하면,
픽션을 픽션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만 현실에 대입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것이 하루키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고.


그리고, 언제나처럼
종합과자 선물세트를 대하는 기분으로
하루키스러운 기똥찬 표현들을 긁어모을 수 있어 또 한 번의 즐거운 독서였다.


——————————
글을 읽는 게 좋은 당신이라면
[일인칭 단수]는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잖아요.


제 서평은 특별한 언급이 없다면
내 돈 내산 또는
내발 내빌(나의 발로 걸어가 내가 빌린)
책에 대한 것입니다. ^^


 

 

작가의 이전글 지금 서 있는 그곳에서, 감사하는 우리가 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