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1 -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Yosemite)
2017.04.03
푸르른 숲, 시원한 폭포. 이 두 가지 상상만으로도 요세미티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다만 고민이 되었던 것은, 상황상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는 당일치기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깊이 오래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알래스카에서 북극권을 향해 하루 종일 차 안에 갇혀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래도 나는 그 푸르른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에, 그냥 다녀오기로 했다.
이번에는 맛보기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 편히. 나는 샌프란시스코가 좋으니 언젠간 다시 돌아가 요세미티에서 며칠간 캠핑을 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벗어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초록이 짙어졌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서 본 요세미티의 첫 전망은 다행히도, 이거 하나만 보고 돌아간다 하더라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멋졌다. 멀리 보이는 폭포 하나는 브라이덜 베일 폭포 (Bridal Veil Falls)라는 폭포인데, 그 이름이 붙은 것은 면사포처럼 좁고 여리여리해보여서인 것 같다.
요세미티라는 이름은 '아름다움'을 뜻하는 인디언의 말인 'yohemite'에서 왔다고 한다. 잘못 구전되어 h가 s로 바뀌어 요세미티란 이름으로 굳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첫눈에 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알 수 있었다. 멋있기도 하지만, 또 한없이 예쁜 곳이었다.
국립공원에서는 약 3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는 요세미티 폭포가 있었다. 요세미티 폭포는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있는데, 이렇게 기다란 나무들 사이로 위아래가 한꺼번에 보이는 것이 가장 예뻤다.
가까이 걸어가 보니 폭포가 제법 세찼다. 아주 가까이 서 있지도 않았는데 물이 살짝 튀었다.
사실 나는 이곳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또 한 군데 있었다. 바로 거울 호수(mirror lake)라는 곳인데, 산이 호수에 그대로 반사되어 말 그대로 거울 같은 곳이라고 했다. 가기 전에는 아직 얼어있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물이 다 녹아 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욕심이 생겨서 거기까지 걸어가 보고 싶어 졌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빠르게 걷고 있던 와중에 이 멋진 곳에 와서 이렇게 바쁘게 다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 여행이다. 그렇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울 호수로 향할 때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풍경이, 뒤돌아 다시 보니 너무나 아름다웠다. 곧고 길게 뻗어있는 나무들, 풀밭들, 돌산들. 가까이 있는 것들을 더 주의 깊게 살펴보고 깊이 느껴보기로 했다.
이제 막 봄이 된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아직 성수기도 아닌 데다 평일이라 그런지, 요세미티 폭포 주변을 벗어나자 사람이 하나도 없이 한산했다.
딱 한번 사람이 지나갔는데, 뉴질랜드에서 온 다섯 가족이었다. 엄마 등 뒤에 타고 있던 막내 아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자신들의 동네에 한국인이 많다며 무척 반가워했고, 10월 중에 뉴질랜드에 가게 될 거라고 했더니 더 반가워했다. 아주머니는 지금 이곳 주위에 사람이 별로 없으니 조심하라고, 벌레퇴치제는 잘 바르고 왔는지 선크림은 잘 바르고 왔는지 물어보면서 걱정해주었다. 어딜 가나 엄마 마음은 똑같은가 보다. 그 이후에도 몇 번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시원하게 물소리도 듣고, 나무들 사이에서 좋은 공기도 실컷 마시고 있으니 3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가까이에서 보면 예쁘고, 멀리서 보면 웅장한 멋진 공간이었다. 잠시여서 아쉽기도 했지만 이날은 여유롭게 이 분위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후회하지 않았다. 언젠가 꼭 돌아가 캠핑을 해보고 싶고, 그때는 거울 호수에도 가보고 싶다.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길, 가이드가 트레저 아일랜드 (Treasure Island)에 잠시 내려주어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을 보여주었다. 작년에 왔을 때 봤던 똑같은 야경이지만, 왠지 더 예쁘게 느껴졌다. 친구에게 말했더니 아마 덜 추워서 그랬을 거란다. 맞는 말 같다.
# 사소한 메모 #
* 좋은 여행을 위해서는 과감한 포기도 중요하다.
* ♬ Pocahontas OST - Colors of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