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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옆 숲 속

Day 62 -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by 바다의별

2017.04.04


내가 고른 여행지들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도심보다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내 시야를 가득 메우는 무언가를 보며 숨이 탁 트이는 기분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뮤어 우즈(Muir Woods)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금문교를 건너 쭉 달리다 보면 나온다. 나는 사실 이곳을 우버를 불러 갈 생각을 했는데, 사촌언니 차로 함께 다녀올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토록 외진 숲일 줄 몰랐다.

우선 전날 요세미티를 다녀온 나, 그리고 저녁 늦게 공연을 보고 온 언니는 둘 다 피곤했기에 느지막이 일어나 소살리토로 향했다. 언니는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가보지 않았고 나는 지난해 친구들과 다녀가긴 했지만 시간이 없어 대충 훑어보기만 했었다. 이번에는 멋진 바닷가 비스트로에 가서 식사도 하고 유명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사 먹었다. 따뜻한 날씨를 기대하고 갔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옷을 어느 정도 갖춰 입었더니 따뜻하고 좋았다.

드디어 도착한 뮤어 우즈. 나무가 많은 곳을 원래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곳은 영화 혹성탈출 촬영지라서 더욱 가보고 싶었다. 프리퀄 시리즈 1편 영화 속에서 시저가 높이 뻗어있는 나무 위를 신나게 달려 올라가는 곳이 이곳이라고 한다.

내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천루들이 가득한 곳에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하늘에 닿을 듯이 높게 뻗은 고목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심지어 휴대폰 네트워크도 잘 터지지 않는 진짜 숲 속이었다.

가로로 누워있는 나무줄기에서 세로로 가지가 자라나는 신기한 풍경을 볼 수도 있었고,

벼락을 맞아 쓰러진 나무도 그대로 놔둔 것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갈 길만 만들어둔 채. 몇 백 년씩 된 나무들이 가득한 오래된 숲이었는데, 그만큼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주중이라 사람이 적어서 숲의 소리가 더 잘 들렸다. 아주 조용히 흐르는 물의 소리도, 바람에 흔들려 서로 부딪치는 나뭇잎들의 소리도, 새들의 소리도. 그래서 어디선가 동물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 살짝 무섭기도 했다. 정말로 유인원들이 살고 있을까 봐.

나무만 큰 게 아니라 클로버들도 굉장히 커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큰 건 우리나라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다른 종일까.

도시에서 아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멋진 숲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산다면 주말에 기분전환 겸 나들이로 자주 가면 좋을 것 같았다.

뮤어 우즈에서 나와 다시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돌아가기 전에, 금문교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마린 헤드랜드(Marin Headlands)에 들르기로 했다. 뮤어 우즈 주변의 길은 모두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이다. 원래 이런 걸 무서워하는 나도, 차를 얼마 전에 산 언니도 긴장.

작년에 우버 기사가 추천해주었지만 시간도 차도 없어 가보지 못했던 마린 헤드랜드. 하늘에 구름이 적당히 있어 은은한 느낌이라 다리의 붉은색이 더욱 돋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수교라는 골든 게이트 브리지는, 처음 보았을 때에도, 다시 보았을 때에도, 한없이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저녁은 언니와 언니의 예비 남편, 즉 나의 예비 형부와 함께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먹는 굴도, 수프들도 다 정말 맛있었다. 대만계 미국인인 언니의 예비 남편은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듬직하고 귀여운 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다시 언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베이 브리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낮에는 금문교의 붉은색이 사람들의 눈길을 더 사로잡지만, 밤에는 베이 브리지의 빛이 더 빛난다. 예쁜 밤이었다.


# 사소한 메모 #

* 아주 최소한만 관리하고, 최대한 숲의 활동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 다시 한번 미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차가 필수라는 것을 느꼈다.
* ♬ 이루마 - Spring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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