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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한국에서의 휴식

Day 64, 65 - 미국 로스앤젤레스 (LA)

by 바다의별

2017.04.06, 07


지난해 LA,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오게 된 것은 친구의 결혼식 때문이었다. 스무 살 때 이후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 나의 고등학교 친구는 지금 LA에서 살고 있고 작년에 긴 연애 끝에 미국인과 결혼했다. 그때 다른 고등학교 친구 두 명과 함께 가서 LA는 거의 다 본 것 같았는데, 그래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번에도 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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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나는 가장 저렴했던 밤 버스를 이용했다. 밤 10시 반에 출발해서 오전 6시경 도착하는 버스였는데, 뒷자리에 앉은 커플이 내내 잠도 안 자고 떠드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게다가 버스는 예정시간보다 일찍 오전 5시 반에 도착했는데, 내 숙소에 짐을 맡기는 건 8시부터 가능해서 졸린 눈을 비비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내린 곳에는 있을 곳이 마땅치 않아 우버를 불러 근처 맥도널드에 갔는데, 얼마 전에 없어졌는지 간판만 남아있었다. 망연자실한 상태로 겨우 검색해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를 찾아내었다. 배낭을 메고 터덜터덜 걸어가 보니 계단이 많은 곳을 올라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스타벅스는 열려 있었다. 맥도널드나 스타벅스가 필요했던 이유는 이후 우버를 부르기 위해서는 와이파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숙소에 갈 수 있었다. 내 여행 중 가장 힘든 이동으로 기억되는 날들 중 하나이다.


이 날 저녁 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는 내게 여행하면서 집에 가고 싶었던 적 있었느냐고 물었고, 나는 "오늘 아침."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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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숙소 체크인 후 짐을 두고 나와 친구가 찾아준 한식당에 가서 해장국을 한 그릇 하고, 힘을 내 할리우드에 가보았다. 지난해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가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관심이 생겼다기보다는 딱히 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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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3편에 잠시 등장했던 차이니즈 극장, 그리고 스타의 거리. 생각보다 좋아하는 스타들의 이름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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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할리우드 배우는 맷 데이먼. 이 이름 찾느라 열심히 바닥을 들여다보며 돌아다녔다. 바로 전날 다녀왔던 슐츠 박물관. 슐츠의 이름 역시 이곳에 있었고, 그가 만들어낸 스누피도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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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거리에서 놀다, 저녁에는 친구를 만났다. 퇴근하자마자 몇 주 전부터 'LA에서 하고 싶은 건 한식 실컷 먹기!'라고 외치던 나를 태우고, 곧장 코리아 타운으로 데려가 주었다. 첫날 오전은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LA에서의 2박 3일은 또 다른 한국에서의 휴식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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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타운은 그냥 한국이었기 때문이다. 약간 90년대의 서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달까. 이틀 동안 한식을 실컷 먹고 (심지어 다 맛있었다), 한인 택배를 이용해 겨울 패딩도 저렴한 가격으로 집으로 부치기도 하고, 잠시 한국에 온 듯이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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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물들이 보이니, 한국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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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푹 쉬고, 둘째 날 저녁에는 '미국'의 바에 갔다. 산타모니카 근처에 있는 곳이었는데, 친구가 직장 동료들과 가끔 오는 곳이라고 했다. 흔히 가던 술집이 아니라, 뜰에서 술을 팔고, 손님들은 잔을 들고 집 안 어디든 가서 마실 수 있는 넓고 독특한 곳이었다. 친구는 운전을 해야 하고 나도 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니라, 그저 기분만 내고 왔지만 그래도 꽤 재미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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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짧은 2박 3일이 훌쩍 지나고, 마지막 날. 작년에는 시간도 부족했고 특별하게 가고 싶은 이유도 없어서 가지 않았던 그리피스 천문대가, 영화 '라라 랜드' 이후에는 꼭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사실 전날 저녁에도 가려고 시도했는데 위에 주차장도 가득 찼고 밤에 걸어 올라갈 자신도 없어서 가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날 역시 만차. 그리고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버스는 이미 예약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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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 최근 그리피스 천문대에 와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은 적은 처음 본다기에, 정말 영화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무슨 이유에서든 그리피스 천문대로 향하는 차들은 굉장히 많았고, 그래서 나는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떠나야 했다.


친구에게 또 올 이유가 생겼으니 다음에 또 보자고 약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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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메모 #

* 예전에는 여행지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다 하고 와야 직성이 풀렸는데, 이제는 몇 가지 남겨두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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